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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Oct 01. 2023

피렌체에서 천재들이 태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

단박에 알아본 천재들의 고향

호텔에서 내려 다 본 피렌체 전경은 와~ 그저 와~

산들이 도시 전체를 평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그 앞에는 나지막한 구릉들이, 그 아래에 도시의 건물들이 나란히 정겹게 낮은 자세로 펼쳐진다. 마치 컬러를 짜 맞춘 것처럼  지붕은 코랄색과 빨간 벽돌색 중간쯤의 색이고 벽은 옅은 겨자색으로 가득하다. 아마 자연에서 구한 천연색인듯한데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며 따뜻한 느낌으로 통일감이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그저 완벽에 가까운 자연환경

산이 평풍처럼 둘러싼 전경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인데 그 앞에 펼쳐진 구릉이 마치 동화 속에 그려진 장면처럼 초현실로 느껴진다. 미시간에 살면서 가장 아쉬운 것이 산을 보려면 최소 4시간 이상을 차로 운전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 중서부(미드 웨스트)에 속한 미시간은 대평원 지역이기 때문이다.

산이 얼마나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는지 미시간에 살면서 깨닫게 된 것이다.


산이 많으면 그 속에서 나무들이 품어내는 맑은 공기와 힘차게 솟은 나무들은 보기만 해도 사람의 기운을 북돋는다. 바람을 막아주고 마치 엄마의 품처럼 도시를 품어주며 때로는 성벽처럼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접근하기 힘든 산에 비해 낮은 구릉은 뛰어놀 수 있는 동심을 자극하며 언제든 접근이 가능하다. 한 달에 한번 갈 수 있는 산보다 날마다 갈 수 있는 구릉이 있다면 어느 것이 더 창작 욕구를 자극할까?

천재를 배출해 내는 지역이 무수히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단연코, 자연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피렌체를 보면서 느낀 생각이다.




나체 조각상과 나체화가 주는 의미


한도시에서 이틀간 숙박은 이동하는데 반나절, 저녁에 한 군데 돌아보고 하룻밤 자고 다음날 풀 데이로 관광하니까 딱 맞는다. 그래도 수박 겉핥기식이지만 시차 적응으로 힘든 몸이 아침에 필요한 만큼 늦잠을 자고 이동하니까 견딜만했다.


피렌체에서 빼먹으면 안 될 곳이 한 군데 있다면 '우피치 미술관'일 것이다. 초행이고 사진을 담기 위해 온 여행이 아니므로 근사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뷰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기보다 꼭 봐야 하는 곳을 찾아본 뒤에 나머지는 그저 어슬렁 거리기만 해도 하루해가 다 간다.


나는 어떻게 느끼는지 알려면 많은 정보를 갖지 않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리서치를 많이 하지는 않았다. 영화를 볼 때도 어느 정도 정보를 가지고 가면 훨씬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지만 그것이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 리뷰를 쓸 때 꼬치꼬치 다 적지 않는 것처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봐야 하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대신, 거리 뷰는 내가 가장 사진 찍기를 즐겨하는 것이다.


어째서 그리 많은 나체 조각상과 누드화가 있는가?

중세 시대까지 그야말로 과도한 신 중심의 사회였다고 볼 수 있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로 때로는 가혹한 자연환경에 적응해 살기에 나약한 인간이 얼마나 신에 의존하고 살아야 했을까! 그것이 과도해 천국 가는 티켓을 팔고 사람들은 자기 들이 만든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마녀 사냥을 했다.


우리가 가서 보는 모든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고대 성당 그러니까 신을 경배하는 곳이다.

이런 분위기가 지배하는 시대에 인간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으니 얼마나 불경한 일이며 또한 왕따 당하는 일이며 생명의 위협도 받았을 것이다.


이 위대한 일들의 시작이 오픈 마인드를 가진 메디치 가문의 재력에서 시작되었다니!!!

아름 다운 자연과 메디치가문이 벌어들이는 돈 (베니스의 상인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적으로 융성했던 시절)으로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부담 없이 예술에 몰두할 수 있었던 환경이 천재들의 영감을 이끌어 내지 않았을까 싶다.


신의 경배는 대부분 몸을 감싸고 맨살을 보이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이탈리아 오기 전 "How to dress in Italy"를 검색해 보니 짧은 반바지와 발가락이 보이는 샌들을 성당에 들어갈 때 권하지 않던데 신에 대한 경배의 조촐한 의식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체는 에덴동산에서 살 때의 완전한 인간의 모습이면서 동시에 신이 중심이 아니라 인간이 중심임을 나타내는 가장 진보적인 방식이 아니었을까?


민망하게 드러난 남성의 심벌들을 보면서 심판받지 않는 자유로운 인간이고 싶은 처절한 몸부림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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