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리모델링 단상

서까래의 귀환

by 젊은 느티나무

코로나 팬데믹으로 수급에 차질이 생겨 거의 두 달이 걸려 냉장고와 오븐이 배달되면서 주방 개조가 완성이 되었다.


한동안 한국의 아파트처럼 개방형 신식으로 지어진 집으로 이사 갈 생각을 했었다. 우리 집은 70년대에 지어진 구조로 각 방마다 프라이버시가 확보가 되어 누가 들어와도 직접 와서 보고하지 않는 이상 동선이 마주칠 일이 없다. 이러한 구조가 코로나로 바뀐 라이프 스타일에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성장한 자녀들과 생활하기 편한 장점으로 바뀌었다.


워낙 개방형을 좋아했던 터라 처음엔 다 뜯어고치고 새로 시작할까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다른 방과의 밸런스가 맞지 않게 되어 이 집이 갖고 있는 장점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 외에도 부엌을 넓히면 창문을 희생해야 하고 동선에 변화가 불가피했다. 싱크와 오븐 그리고 냉장고가 삼각형을 이루며 손 닿는 위치에 최적화되어 있는데 만약 부엌을 확장하게 되면 아일랜드가 중간에 위치해서 냉장고에 닿으려면 돌아가야 한다. 전체 레이 아웃을 변경하는 대신에 모던해 보이도록 부엌 찬장 색깔을 바꾸기로 했다. 우리 집 서브에 있는 호수와 같은 짙은 녹색 , 카키색을 팬튜리에 나머지 캐비닛은 흰색으로 두 가지 톤의 컬러를 칠하니 심플하고 모던한 느낌의 부엌으로 변했다. 간단히 페인트 색을 바꾸고, 손잡이 하드웨어를 부착하고 빈티지 조명으로 새로 바꾼 것뿐인데 기대 이상이었다.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한국 귀촌 동영상이 감동적이었다. 서양식으로 짓지 않고 부모가 쓰던 집을 개조했다고 한다. 부모와 가족의 추억이 있는 집을 보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개조해 한옥의 정취가 물씬 낫다. 그중에서도 돋보인 것은 나무 기둥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 자연스러움과 아늑한 느낌이 나고 창가에서 내다본 경치는 어떤 리조트보다 아름다웠다.


마찬가지로 요즘 핫한 인테리어 트렌드 중의 하나가 러스틱(녹슬고 시골스러운 분위기)으로 콘크리트나 벽돌로 된 벽이나 철재나 목재 빔(beam)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유행이다. 기둥을 떠 받치는 빔과 단지 장식용으로만 만들어진 빔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 구별 없이 설치한다고 한다. 시골의 포근하고 넉넉한 느낌을 집 안으로 들여오는 데 성공한 인테리어인 셈이다.


항상 새로운 것이 좋은 줄만 알았던 내가 빈티지를 찾고 옛날 구조로 된 집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매번 바뀌는 유행마다 따라갈 수도 없는 일인 데다 오래되어 가족의 추억이 깃들인 집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진정 부엌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들여다보니 간단히 요리할 수 있는 깨끗하고 밝은 주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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