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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Feb 18. 2021

스티븐 연과 영화 <미나리>

서정적으로 그려진 이민자들의 고달픈 삶과 어메리컨 드림

이민자와 한국 교회


2000년, 미국에 처음 오고 나서 얼마 안 되어서 한국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아주 어렸을 때 부활절 삶은 계란을 받았던 따뜻한 기억과 친구의 권유로 고등학교 때 한번 그리고 대학교 때 한 번 교회에 가본 적이 있지만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미국에 오자마자 가게 된 것은 남편이 한국 교회를 찾아 놓아서였고 나의 향수병을 염려해 나를 배려한 것이었다. 한국인이 처음 만나는 공동체는 한국 교회를 통해서 이다. 거기에 가야 한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이민자의 삶은 교회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밀접하다.


 그 첫 교회에 연 집사님이 계셨는데 많은 얘기를 나누지 않았지만 찬양을 하실 정도로 목소리가 좋았고 무척 신심이 깊어 보였다. 그 집사님 아들이 스티브 연이라는 것을 <Walking Dead>를 볼 무렵에 알게 되었다. 그를 직접적으로 본 적은 없지만 교회에서 마주친 적은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교회 장면이 나온다. 처음 온 사람들 일어서라며 목사가 아름다운 가족이라고 소개를 하는 장면에서 눈시울이 느꺼워졌다. 고단한 이민생활을 하는 이민자들의 감정이 이입되어서 이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에서 닭 공장의 병아리 감별하는 일을 10년간 하다가 모은 돈을 가지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 아칸사의 농장을 사서 트레일러에서 삶이 시작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공장에서 일하고 틈틈이 농사일을 하는데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교회를 세워 볼까?" 하자 15명 가지고 어떻게 하냐며 교회가 싫어서 여기로 도망쳐 사는 사람들 아니냐고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 교회에서 벗어났지만 그래도 사람이 그리워 아님 외로운 영혼을 위로받기 위해 나간 미국 교회에서 그들 가족을 따뜻하게 맞아 주는 것에 감동이 왔던 것이다.


할머니와 손자


귀여운 손자와 할머니의 우정이 깊어가는 것을 보는 것은 영화의 별미이다. 밤에 지도를 그리고 심장 판막에 병이 있어 잘 뛰지 못하는 손자가 할머니 냄새가 난다고 오줌 싸게를 위해지어 온 한약을 먹이려한다고 싫어한다. 강가에 미나리를 심으며 산책하는 길에 길동무가 되고 화토를 가르쳐주며 친해져 간다. 서랍을 잘 못 열어서 손자가 발등을 다치자 상처를 치료해 주고 용기를 주는 할머니에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러던 할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져 이를 고쳐 보려고 농장일을 돕는 신앙심 깊은 약간 또라이 같은 일꾼이 퇴마식을 거행하기도 한다. 돈도 없고 아는 사람 없는 시골에서 누가 아플 때 이들이 의지 할 수 있는 것은 신 밖에 없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가족들이 손자의 심장병 검사를 하러 시내에 나간 사이 그동안 일구워 온 창고의 농산물을 다 태우게 되며 캘리포니아로 돌아가려던 아내와 아이 들을 다시 주저앉힌다. 할머니 역할을 한 윤여정의 연기는 너무 자연스러워 영화가 아닌 듯 빠져 있었는데 한국말 보다 영어가 더 자연스러운 스티븐 연의 연기는 <워킹 대드> 보다 몰입하기가 어려웠던 점이 좀 아쉽다. 워킹 대드에서 그의 역할은 내가 여태껏 보아 왔던 어떤 아시아인의 역할보다 비중이 크고 긍정적이었다. 그의 연기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던 것을 기억하니 이 영화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아시안인의 총출동으로 이목을 끌었던 몇 해 전의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영화는 싱가포르, 홍콩의 슈퍼 리치 아시안의 삶을 그린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였다. 아시안이 조연이 아니라 주연이고 못 사는 동네의 문제아를 얘기한 것이 아니고 숨겨진 부자들의 이야기 여서 충분히 흥미로웠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만들어진 영화라서 졸부 냄새를 풍기는 좀 천박스러운 영화라면 <미나리>는 고생을 통해 일군 것이 결국 무일 푼으로 돌아갔지만 Hard working 열심히 일하는 한국 이민자의 정서가 미국의 정서와 더욱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반중 정서는 강해지고 그 어느 때 보다도 이런 초기 이민자들의 어메리컨 드림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미국을 다시 세우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성과들이 주목을 받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미국에서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만들고 한국계 미국인이 연기하는데 한국말을 50% 이상 써서 외국인 영화상 후보에 올라 잡음이 있는 것으로 안다. 서정적으로 과장 없이 그려진 영화로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만약 성공의 위대한 서사를 기대하고 본 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아이와 아빠가 손 잡고 할머니가 이루어 놓은 미나리 밭으로 돌아와 바라보는 미나리는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모티브다. 이것저것 까다롭게 굴지 않고 물만 있으면 잘 자라는 미나리의 생명력이 이 팬데믹 시대에도 꼭 필요한 것임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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