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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와 번영을 기원하며...

구질구질 늘어놓는 건강 상태 업데이트

by 정영현

저는 대학 강사 일을 주업으로 삼던 사람인데, 1학기 개강을 2주 남겨놓은 시점에 치루라는 병이 도졌습니다. 지난겨울에 같은 질환으로 이미 한 번 크게 데었으나, 그 반대편에 다시 발생했더군요. 심지어 토요일 오후에 갑자기 증상이 심해지는 바람에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주말 내내 엄청난 통증에도 집에서 시름시름 앓다가 월요일에야 가까스로 병원에 갈 수 있었습니다. 수술을 받고 퇴원했지만 예후가 좋지 않아서 이튿날 바로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환부가 문제가 아니라, 이유를 알 수 없는 메스꺼움이 닥쳐와서 거의 일주일을 먹지 못하고 구토에 시달렸습니다. 밤잠도 못 이루고 낮에 쓰러져 자는 상황이니, 사람이 몰골만 겨우 남아 있었습니다. 병시중을 들어주신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이 없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다행히 재입원한 주말 즈음에 상태가 호전되어 그다음 월요일에는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지옥 같은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당뇨가 발견되었습니다. 이렇게 '당밍아웃'을 하는군요. 입원 당시 채혈검사 결과 당화혈색소 10% 정도였던가 싶고, 혈당이 500mg/dL를 육박하는 상태였습니다. 입원한 동안 인슐린도 몇 방 맞았고, 링거 수액은 포도당을 못 쓰고 식염수만 맞아야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뇨가 메인이고 그 합병증으로 치루가 발생했다고 보는 게 맞겠지요.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당뇨가 지속되었다면 어차피 내장기관 어딘가에 탈이 났어도 났을 건데, 다행히도 겉으로 드러난 부분이 곪아터져 주어서 제때 조치를 받을 수 있었던 겁니다. 안 보이는 데서 문제가 생겼으면 병을 더 키웠을 것이고, 또 '배를 째야' 했을 수도 있지요. 혈당 관리 적응기는 다음에 따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후 수술 환부와 혈당을 동시에 관리를 하면서 통원치료를 받는 중입니다. 현재는 수술 자리도 어느 정도 아물었고, 혈당도 관리를 잘하고 있습니다.(공복혈당이 120 정도까지 떨어져 있습니다) 안과도 다녀왔는데 당뇨성 질환은 없다고 하고 대신 노안이 확 심해져서 안경을 바꿨습니다. 이제 기력도 좀 회복되어 식후에 30분 정도 동네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체중이 확 줄어서 현재 몰골이 말이 아니긴 합니다.


재입원하던 무렵 부랴부랴 학과에 연락하여 한 학기 수업을 반납했습니다. 당시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고, 2차 수술도 해야 되는 터라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 직업은 환자고, 신체 회복이 저의 주 업무입니다. 수입이 끊겨버리게 되었지만, 대신에 거기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벌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렇게 벌어놓은 시간과 에너지를 조금 더 가치 있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밖에서 긴 시간을 보내지 못하니 집에서 읽고 쓰는 일을 더 하기로 했습니다. 그간 사놓고 읽지 않았던 산더미 같은 책들이 있고, 마침 이북리더기도 새로 샀지요. 독서등도 새로 하나 장만했습니다.


그간 매진하지 못했던 논문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한편으로 전부터 꿈꿔왔던 새로운 글쓰기에도 도전하려고 합니다. 여기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들어오게 된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새로운 글쓰기에 도전한다는 건 뭐냐, 이것도 따로 글을 써서 올릴 예정이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독자를 상정하고 글을 쓰는 것', 말하자면 '작가로서의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겁니다. 그간 페이스북으로도 길고 짧은 글을 올렸지만, 이제 좀 더 글다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쪼록 '독자' 여러분들을 환영하며,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구질구질한 제 얘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장수와 번영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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