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당뇨인의 식생활을 위하여
어쩌다 보니 건강 관련 글을 연달아 2개 올리게 되었는데, 지금은 제 직업이 환자인 관계로 근황이랄 게 이거밖에 없습니다.
앞 글에서 구구절절 건강 얘기를 했지만, 그러한 전차로 현재 혈당 조절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위기를 잘 넘겨서 아침저녁으로 혈당약을 먹고 있긴 하지만 자기 배에 인슐린 주사를 놓아야 하는 경우는 면했습니다. 결국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하는데, 다행히 빨리 적응하고 있습니다. 이걸 평생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괴롭게 느끼거나 무리해서는 안 되겠지요.
일단 혈당이 100~150mg/dL 사이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식습관과 운동을 병행해야 했습니다. 식습관이 이 글의 주제이니 운동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자면, 현재 저는 수술 여파로 식후 30분 정도 산책하는 정도밖에 안 되긴 합니다. 그 정도라도 식후 혈당이 급히 오르는 걸 막고 살도 좀 붙이려면 걸러서는 안 되죠.
그 외에는 결국 식습관 개선으로 혈당을 잡아야 했습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하면 안 되지만, 어쨌건 저에게는 몇 년 전에 이미 당뇨 판정을 받아 쭉 관리를 해오고 계신 어머니가 계십니다. 본인 스스로 혈당 관리를 잘하고 계신 데에 자부심을 느끼실 정도이니, 저는 어머니의 식습관을 참고 삼아 진행 중입니다.
잡곡밥(이것도 어차피 탄수화물이지만, 배변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을 먹되 조금씩 여러 번 나누어 먹고, 채소류를 많이 먹고, 단백질은 계란과 두부로 보충하고, 뭐 이런 건 기본이겠지요. 비교적 저렴하게 단백질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는 두부나 계란을 심심하게 간해서 넉넉하게 먹고 밥을 좀 덜 먹는 방법이 괜찮은 것 같았습니다. 간식도 낮시간에는 이것저것 하고 있는데 주로 과일류이지만 떡이나 빵 과자류도 쪼개서 먹으면 큰 문제없었습니다. 다른 간식을 안 먹었을 경우 프리츠 과자를 1가닥씩 최소 2시간 간격을 두고 먹긴 하는데, 그러다 보니 한 상자를 5일째 먹고 있는 중입니다. 식후 혈당이 오르는 것 중 최악이었던 건 재첩국에 밥 말아먹었던 거였습니다. 멀건 국이라고 만만하게 볼 게 아닙니다.
사실 제가 이런 식사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원래 맵고 짜게 먹지 않았고, 식사를 많이 하지도 않았고, 술·담배도 하지 않았고, 잡곡밥이나 두부를 좋아하기 때문이었습니다.(그럼에도 당뇨가 오게 된 원인은 가족력과 함께 과자나 아이스크림 등 군것질을 많이 해온 때문일 것) 더구나 최근 한 1년 간 슬슬 식도락과는 점점 멀어지는 중이기도 했고요. 담백한 식사에 적응하니 그냥 이렇게 먹어도 충분히 식사가 맛있고, 굳이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별로 안 들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탄산음료도 시들해졌어요. 앞으로 사회생활로 복귀하면 어쩔 수없이 자극적인 음식을 접하게 되겠지만, 그 친구들과 굳이 서둘러서 만날 필요는 없겠지요.
그러다 간혹 맛있지만 다 먹기 부담스러운 음식이 생기면 굳이 마다하지 않습니다. 물론 소분해서 한두 시간 간격으로 나눠 먹어도 되지만, 주변 사람과 먹을 걸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당장 먹고 싶은 만큼만 먹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거나, 혹은 남들에게 양보하고 한 조각만 달라고 합니다. 아직 시도는 안 해봤지만 이런 얌체 같은 방법도 있겠지요.
"동생아, 짜파게티가 먹고 싶지 않니?(해석: 내가 짜파게티 먹고 싶은데 내가 다 못 먹으니 네가 먹는 걸로 하고 나는 조금만 얻어 걸치자.)"
결국 먹을 걸 공유하는 게 슬기로운 당뇨 생활에 필요하다는 겁니다. "아껴 먹고, 나눠 먹고, 바꿔 먹고, 다른 사람 거 삥 뜯어먹고" 이런 "아. 나. 바. 다"의 정신이 당뇨인의 식생활을 풍족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