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가 찢어진 막내
어제는 손에 꼽는 기억에 남을만한 하루였다. 평소의 날들처럼 일상이 흘러가는 듯했다. 작업실 창밖으론 눈이 포실포실 내리고 기분이 들뜬 마음마저 들었다.
전화가 오기까지는.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흥분되고 격앙된 어머님의 목소리가 꼿쳤다. 막내 혀가 많이 다쳤고 피가 많이 났다는 다급한 전화 목소리였다.
많이 놀랐지만 수업 중이라 전화를 끊고는 별일 아닌 듯 차분하게 있으려고 했다. 그리고 카톡으로 보내온 사진 한 장.
눈길에 발을 헛디디였는지 이빨로 혀를 심하게 깨문 모양이다. 사진상으론 정확히 알 순 없었지만 심장이 계속 두근거렸다. 금세 어머님이 오시고 실제로 확인하니 심각해 보였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일단 가까운 병원으로 가봤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꼬매야 할 것 같다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지만 시간이 이미 많이 늦은 상황. 남편은 일중 간에 그만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불현듯 떠오른 119를 불러보자고 제안했다. 막상 전화로 자초 지경을 말하려고 하니 목소리가 떨리고 차오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눈길에 늦어질 수 있다고 중간중간 전화도 주시고 탑승하고 나서도 아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조치를 잘해주셨다. 치료가 가능한 병원도 미리 전화를 해주시고 내리고 나서도 접수부터 응급실 외상 외가까지 친절히 수속을 대신 밟아 주셨다. 지나고 돌아보니 119를 부른 건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차병원에 치과의가 없어 진료가 안된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대병원으로 갔다. 선별 진료소에서 열체크를 한 뒤 바로 응급실 외상 치료실에 들어갔다. 막내가 입을 잘 안 벌려서 확인이 어려웠지만 길이 2센티 폭 1센티정도 깊이의 상처로 수면마취를 해서 꿰매어야 한다고 했다. 전에 첫째 셋째 치과진료받을 때 재운 경험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작은 손에 정맥주사를 놓아야 해서 많이 힘들었다. 첫 번째로 했을 때 잘 안돼서 울음을 달래고 반대쪽 손에 정맥 주사를 꽂아야 했다. 어찌나 힘이 센지 지금도 생각하면 힘에 부치지만 다행히 두 번째에는 주삿바늘이 잘 들어갔고 약을 넣으니 바로 잠에 들었다. 하지만 그 잠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달콤한 잠이 아니었다. 잠들면서도 어찌나 힘들어하던지.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응급실이 그렇겠지만 보호자가 바로 옆에서 치료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마음 같아선 도망쳐버리고 싶었다. 작은 몸 작은 손 작고 작은 입에서 그보다 작은 혀를 당겨 찢어진 혀를 꼬매는 모습을 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렇게 한 땀 한 땀 꿰매는데 족히 30분은 걸린듯하다. 그리고 잠이 깰 때까지 지쳐봐야 했는데 자면서도 켘켘 거리고 트림을 많이 해서 안고 있어야 했다. 한 시간 반 가량 잤을까 잠을 깨서 걸어 다니는 모습을 봐야 퇴원이 가능하다고 해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사고시각 오후 5시, 병원 입원시간 7시 반, 저녁 10시가 넘어 집으로 출발했다. 자그마치 5시간 넘게 아이를 안고 보살피고 하느라 마치 출산 다음날처럼 몸이 쿡쿡 쑤시고 팔이 많이 아프다. 남편이 병원으로 왔지만 보호자는 한 명만 출입이 가능해서 혼자 아이를 보살펴야 했다. 내 몸이 아픈 거야 괜찮지만 막내의 꿰매진 혀를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어린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집으로 오는 길 힘든 치료를 받고 품에 잠든 아이를 보면 혼자 흐느껴 울었다. 아이가 아파서 나도 아파서, 이럴 땐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눈이 와서 참 좋았던 어느 하루. 어느 날 사고는 일어난다. 누구 탓도 할 것 없이. 일어난 일 더 안 다쳐서 천만다행이다.
진료가 잘돼서 천만다행이다. 혀가 신체기 관중 빨리 회복된다고 참 다행이다. 안 아프고 살 순 없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안 아프고 아플 거면 덜 아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