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문학적으로 스토리가 엮인 책과 사실과 정보 전달을 위한 사례로 구성된 책은 울림과 느낌이 상이하다. 전자가 후자보다 낫다는 비교적 의미가 아니라 장르에 따라 내 독서의 속도와 수용 가능한 정도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나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기승전결의 흐름이 있는 문학이 적성에 맞을 따름이다. 다만, 이 책 <남자의 뇌>는 누가 읽어도 아주 이해하기 쉽게 잘 쓰였다고 자부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없는 염색체 하나를 갖고 태어난다.
수정되는 그 순간부터 남자는 테스토스테론, 바소프레신, 그리고 여자는 에스트로겐, 옥시토신 등 생물학적 성에 따라 각기 다른 호르몬에 의해 뇌의 회로가 구성된다. 인간이 태어나 성장하고 양육되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약간의 후천적 변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선천적인 이 생물학적 차이를 접하지 않고서는 고전적인 성 구별 방식, 즉, 남성과 여성으로 이분되는 각기 다른 성의 특성을 이해하기 쉽지 않단 뜻이다.
나와 유전자가 똑같은 것들은 가라~
책 내용 중 아주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근친을 피하기 위해 우리 뇌와 호르몬이 진화된 방식 말이다. 인간은 유전적으로 비슷한 사람과의 끌림을 방지하기 위해 키스 시 호르몬이 덜 유쾌한 맛을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전적으로 다를수록 키스에서 더 달콤한 맛이 나고, 비슷할수록 시큼한 맛이 난다고 하니, 참 신기할 따름이다. 이 달콤함은 도파민과 같은 긍정 호르몬을 유발해 결국, 섹스로 이끌게 되고 그 결과, 두 성의 결합으로 탄생한 자녀를 통해 유전자의 대물림을 가능케 한다. 반면, 시큼한 키스는 코티졸과 같은 호르몬을 자극하여 상대와의 로맨스를 방해하고 만다. 그래서 유전병을 일으키는 열성 유전자의 대물림 루트를 끊어버리는 것이다.
흔한 말로, 남자는 60부터 철든다고들 한다. 이 또한 호르몬과 관련된 말이다. 노년의 남자는 2,30대 남자가 분비하는 테스토스테론의 반에서 1/3 수준밖에 분비하지 못한다. 호르몬의 수준이 한창때의 반 이상으로 떨어져야 덜 마초스럽고 상대적으로 유해지는데, 그때 남자의 나이가 대략 5,60대라는 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남자의 뇌를 알면 남자에 대한 여자의 기대가 현실적으로 조정되며 자연스레 상대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므로 성 차를 공부하는 것이 필수라고 역설한다. 당연히,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테니 남자는 동일 작가의 <여자의 뇌>라는 책을 읽어 보면 되겠다. 재미있는 점은 <여자의 뇌>는 <남자의 뇌> 보다 100페이지 정도 더 많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남자가 여자에 대해 알아 둘 점이 더 많은 가보다.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