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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dmavin project Dec 28. 2020

당연한 게 아닌데

당연한 줄 알아서

©️엉뚱복실

아침을 깨우는 부모님의 목소리.

띠리릭 띠리락 휴대폰 알람음.

이부자리에서 일어나는 몸뚱이

엄마의 집밥.

아빠의 느린 걸음.

다녀올게 하고 건네면 돌아오는 다녀와.

핸드드립과 꽃 수업을 들으러 가는 발걸음.

학원 엘레베이터에서 반친구를 만나는 반가움.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면 돌아오는. 안녕하세요.

반친구 분의 정성 담긴 붓글씨 편지.

핸드드립 마지막 수업날, 선생님의 마지막 선물.

오후 4시, 저녁 먹을 곳을 찾아 헤매는 서성거림.

평소 보다 덜 추운 날씨.

내일이면 다시 추워질 거라는 보경의 목소리.

펜트하우스, 홈트를 얘기하며 두눈을 반짝이는 은채

예쁘게 농익은 저녁하늘과 뜨끈한 칼국수의 저녁.

꽃 평가날, 선생님의 위로.

힘들겠지만 잘 하고 있고 잘 할거라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

앞 길을 비추는 가로등.

가야 할 때를 알려주는 신호등.

날 기다리는 부모님.

배고프지. 밥먹을래. 엄마의 목소리.

내가 만든 꽃을 보며 이쁘다며 사진을 찍는 엄마.

종종걸음으로 방으로 들어가는 엄마의 뒷모습.

엄마방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면서 웃고 있는 엄마 얼굴.

엄마 잠자리 곁에 두는 오늘 만든 꽃.

이 꽃 이름은 소원이 이뤄지면 이야. 라 말하니

맞나- 하고 꽃이 예쁘다는 엄마의 대답.

휴대폰을 보여주며 이 옷봐봐 하는 엄마의 손.

베갯잇을 보며 깔깔 웃는 엄마와 나.


이것 외에 미처 알지 못한 모든 것.


잊지 말기. 내가 누리는 모든 것에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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