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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카페 첫출근

오늘부터 꽃카페에서 일해요

by oddmavin project

인수인계를 받으러 첫 출근을 한다.

오전 11시 40분.

그럼에도 도착해야 할 곳에 도착해

앞치마를 메고 카페 손님을 받는다.


인수인계를 해주기로 한 직원분은

아직 출근 전이다. 12시 출근이니까.


첫 음료 제조 메뉴는 카페라떼.

따뜻하게 우유 스티밍을 하고

에스프레소가 담긴 잔에 방향이 돌아간

찌그러진 하트 라떼아트를 그린다.


사장님 눈치를 스윽-

다행히 내서 드리라는 끄덕임을 받고서

점잖은 남자 손님 앞으로 커피를 내어놓는다.

커피를 한번 보시고 나를 슥 보신다.


맛있게 드세요..

친절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남기고

조용히 하지만 황급히 자리를 뜬다.

다행히 아무 말 없이 후루룩 드신다.


곧이어 내일이 마지막날인 직원이 온다.

나보다 동생이라 내게 언니언니 한다.

서글서글하게 친절히 인수인계를 해준다.

카페업무부터 꽃일, 사장님이 좋아하시는 것,

사장님이 싫어하시는 것, 조심해야 할 것 등등

노하우와 팁들을 창고 대방출하듯 아낌없이 퍼준다.


오후에는 꽃다발을 잡아본다.

금액에 맞춰 자유롭게

상품을 만들어 보라 한다.


처음이다.

그동안 누군가 꽃개수와 형태를 잡아준 것만

만들어 봤지. 금액을 생각해서 컬러감부터

형태 디자인까지 기획하고 잡아본 건 처음이다.


처음이라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서툴지만

처음엔 다 그런 것 아닌가?


일을 한다는 건 나다워지는 것이라 한다.

나답게 차근차근 배워가 보련다.


내가 맡은 작은 일도 중요하게 여기고

성심 성의껏 임하는 마음가짐으로

용기를 갖자! 난 할 수 있다!

출근 1일차 잡아온 꽃다발 타이 (거베라, 장미, 카네이션, 델피늄, 버터플라이, 시레네, 냉이초, 유칼리툽스)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들 때마다,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이것만 기억하십시오. 용기는 변화의 뿌리라는 말을요.
화학적으로 우리는 변화할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그러니 내일 아침 일어나면 다짐하십시오. 무엇도 나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내가 뭘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더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규정하지 말자고.

-보니 가머스, 레슨 인 케미스트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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