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픈거 다해보기-무의미로 살아보기
스스로 소중하고 특별하게 여기는 존재여,
무의미의 축제를 시작하라!
슬기롭게 앞을 내다보며 진실을 찾는 존재여,
자연스럽고 단순함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라!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생략할 줄 아는
대범함을 가슴에 품어라.
그것이 더 강렬한 에너지를 끌어 모으리니.
무엇을 하든 온 마음을 다하는 열정과
진심을 다하라.
그리고 언제든 거절받을 용기와
비난받을 용기를 가지라.
당신이 무언가로 불릴 그날까지
이 모든 것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잡아라. 그리고 놓쳐라.
내 손안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삶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찾는다면, 나란 존재는 의미가 있을까부터 시작된다. 내가 아무 의미 없는 존재라면 무의미가 의미를 부여한 듯 결국, 무의미가 되고 말터. 그렇다면. 지금 내가 의미를 두고 있는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걸까? 무에서 무로 끝나는 인생.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무엇에 의미를 두어야 하는가. 의미 있는 존재로부터 무의미한 존재가 된다는 건. 삶의 이유를 잃는 것이다.
내게 의미 있는 존재가 나를 의미 없는 존재로 취급한지도 5년이 흘렀다. 그 존재는 애초에 내게 큰 의미를 두지 않았는지 모른다. 알지 못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아무런 의미가 없는 무의미의 축제가 시작됐다는 것을. 했던 말, 주고받은 대화, 함께했던 모든 것들은 허공에 떠다니는 먼지처럼 잠시 머물다 사라졌다. 애초에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대범함도 없었을 터. 진중함은 주춤을 부르고, 가벼움은 대범을 부른다. 그의 가벼움에 나는 무거웠고, 무게 균형이 유지됐을 무렵 나는 가벼운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와 나의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에게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 너무나 가볍게.
몇 년을 '너는 가끔 내 생각을 하지만 나는 가끔 딴생각을 해'의 화자로 살아가고, 밤새 뒤척이며 그 생각에 잠 못 이루고, 눈을 뜨면 허공에 그를 그리고, 산을 바라보며 혹시나 메아리로 돌아올까 소리 없이 외쳐보기도 하고, 눈물이 빗물이 되어 그에게 닿을까 울보가 되고, 이 모든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었을까? 그가 의미가 아니라면 무엇이 의미란 말인가. 가슴이 불타오를 만큼 그를 그리고, 내일이 기대되고, 더 잘 살아보고 싶고, 미래를 희망하게 되고, 살아갈 이유를 갖게 되고, 온몸에 핑크빛 화색이 감돌고, 발바닥부터 정수리 끝까지 생기가 넘치고, 그와 무엇이든지 함께 하고 싶고, 기쁨과 소망이 샘솟게 하는 것이 어떻게 아무런 의미가 아닐 수 있냔 말이다.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필요에 공통분모가 있어야 했다.
그는 내가 필요했고,
나는 그를 좋아했다.
필요는 필요가 끝나면 눈이 되어 사라진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정말 기.적.이.다. 어린 왕자여!
존재를 부정당했을 때의 고통. 무의미가 된 나날은 언제나 허무하다. 의미를 찾으려 해도 내가 찾은 의미가 또다시 무의미가 될까 두렵다. 무의미한 존재가 되어서야 무의미를 대하는 태도를 배운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의 가치를 전혀 몰랐고 지금도 모르는 것. 무관심, 무응답, 무시, 무책임 같은 태도를. 그리고 그것들과 정.확.히. 반대가 되는 개념에 온 마음을 쓰는 것을 배우게 된다. 진심을 다해 진실을 찾는 것. 적어도 나를 거쳐간 누군가는 무관심보다 관심을, 무응답 보다 응답을, 무책임 보다 책임을, 무시 보다 사랑을 느꼈으면 하는 것이다. 세상 어느 누구도 누군가에게는 전부인 존재가 아닌가. 내가 감히 누군가의 전부에게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진실 아닌가.
빈센트 반 고흐. 그는 전 생애 동안 의미를 찾다 결국 가장 빛나는 별이 되었다. 살아생전 온 마음과 진심을 다해 1,500여 점의 그림을 그렸지만, 단 한 작품만이 팔렸고 사후. 그가 남긴 무의미의 축제를 보라. 그가 그토록 원했던 자신의 그림이 인정받고,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는 순간을 얼마나 간절히 원했던가. 그의 꿈은 130여 년이 지나서야 이루어진다. 무의미는 존재의 본질. 무의미할수록 더 강력하고 더 의미심장한 것이리라. 나의 무의미함을 사랑하자. 나를 무의미란 이름으로 부를 용기를 갖자. 꿈이 아름다운 이유는 알지 못하기에 더욱 아련하고 그리운 무지의 세계가 아닌가. 손에서 붙잡고 있는 걸 놓아야 한다. 내가 붙잡은 것들이 무의미해질 때까지, 나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나를 둘러싼 모든 무의미들이여, 무의미의 세계 속에서 축제를 시작하자.
잡아라. 그리고. 놓쳐라.
내 손안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