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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dmavin project Nov 18. 2021

37살 부모님과 함께 산다는 것

하고픈거 다해보기 - 독립하기

독립.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어른의 조건입니다.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홀로 설 수 있을 때
우리는 그를 온전한 성인으로 인정합니다.

-홀로서기 심리학, 라라 E. 필딩-

_2022. 새로운 목표. 독립.

2022년. 혼자 힘으로 살아보기가 목표다. 다른 곳에 의존하지 않고 오롯이 나의 힘으로 살아보기. 지금까지 혼자 살아본 적은 있지만, 혼자의 힘으로 살아본 적은 없다.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니면서도 집, 학비 등 의식주의 대부분은 부모님의 내리사랑 아래 무상으로 제공받아 누린 것들이다. 서른일곱이 되고 나서야, 독립적인 어른이 돼야겠다 생각한다.


_37살, 부모님과 함께 산다는 것

2020년 2월. 인도네시아에 계시던 부모님이 한국에 오시면서 같이 살기 시작했다. 부모님과의 동거는 홀로서기를 떠올린 결정적 계기이기도 했다. 홀로서기 심리학의 저자 라라 E. 필딩에 따르면 '홀로서기의 진짜 의미는 외부에 기대지 않는 태도이고, 행복의 주도권을 다시 나에게로 가져오기 위한 노력'이다. 나의 행복 조건 안에 부모님의 행복이 있지만, 부모님과 같이 살게 되면서부터 어느 순간 내 행복을 부모님께 의존하고 있었다. 이유는 두 가지. 내가 남들 다가는 시집을 안 갔고, 작년부터 일을 쉬면서 아직도 남들 다하는 취직을 안 했기 때문이다. 이 삼십 대의 대부분을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기 때문에 부모님을 그리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다. 하지만 나로 인해 부모님이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그러니 부모님의 기분을 살필 수밖에 없고, 부모님 역시 내 기분을 살피시는 건 매한가지다. 37살, 부모님과 함께 산다는 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지만 죄인이 될 수밖에 없는 씁쓸한 필연이 뒤따른다. 이 또한 나에게 주어진 과제란 것도.


_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모든 일이 항상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끄는  강요된 공동생활을 하다 보면 때로는 잠시만이라도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때가 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현재 하고 있는 카피라이터 프리랜서는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기 위한 조건에 녹록지 않다.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경제적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건 별로 지불을 받다 보니 회사생활을 할 때처럼 일정하게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식비며 생활비며 또 경제적으로 부모님께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옳지 않은 방향으로 반복 재생된다는 기분이 들 때는, 변화가 필요한 때라는 증거다. 내가 처한 현실과 나를 객관화해서 바꾸지 않으면 바뀌지 않을 것들을 생각했다. 행복의 주도권을 나에게로 가져오기 위한 노력이 절실했다.


_인간을 바꾸는 3가지 방법

일본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말한다.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3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 3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은 가장 무의미한 행위다.'


나를 바꾸는 방법,

독립을 하면 해결될 거라 생각한다.

이것 역시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른다.


_최선이 안되면 차선을, 그것도 안되면 차차선

남은 시간.
성자처럼 행동할지, 돼지처럼 행동할지 내 내면에 있는 두 개의 잠재력 중에 어떤 것을 취할지는 전적으로 나의 의지에 달렸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독립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 경제적 독립, 정신적 독립, 그리고 육체적 독립. 2022년까지 남은 시간은 45일. 경제적 독립을 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TBWA 코리아 크리에이티브 수장이자 박웅현 작가가 주창했다. '최선이 안될 때는 차선을!' 지나친 합리화일 수 있지만 지금 나의 차선은 정신적 독립이다. 더군다나 나의 곁에는 독립의 진정한 스승님이 계신다. 그건 바로 부모님.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하고 나의 부모가 되신 부모님이 진정한 독립의 스승님이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


빅터 프랭클이 이런 말을 했다.

'어떤 상황에서 비롯된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단 하나만 있는 법이다.'


시련 속에 기회가 있다. 지금 이 시간을 회피하거나 자책하며 무력하게 보낼게 아니었다. 부모님으로부터 정신적 독립을 배울 수 있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감사하고 소중한 기회가 가까운 곳에 있었다.


37살, 부모님과 함께 살다 보면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거리를 잊곤 한다.

우리의 거리가 얼마나 애틋하고 소중했는지를

잃고 나서야 뒤늦게 깨닫는 것이다.


오늘의 시간이 얼마나 기적인지,

그 시간 속에 행복이 얼마나 많았는지,

먼 훗날 만나고 싶고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는 날이 오면 얼마나

이역만리 두고 온 오늘을 꿈에 그릴까.


부모님과 같이 사는 시간이

내가 문제아가 되는 시간이 아닌데,

죄인이 되고 싶지 않아

벗어나려는 죄를 만들고,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죄를 짓지 말자.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모든 시간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가슴 깊이 새기며

조금씩 독립을 배워나간다.

부모님처럼 어른스러운 어른이 되기 위해.


사랑합니다. 나의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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