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ddmavin project Dec 22. 2022

동짓날 부모님과 동지팥죽 만들기

새알을 빚으며 행복을 빚는다


(c)엉뚱복실


오늘은 낮이 가장 짧다는 동지


엄마의 꿈은 너무 소소하다. 동짓날 팥죽을 끓여 드시는 거라고 하셨으니. 불과 며칠 전에 농협하나로마트에서 팥을 잔뜩 고르시고 떡집에서 찹쌀가루를 신나게 사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사부작사부작. 엄마는 아침 일찍부터 모두가 자는 동안 부엌에서 팥을 삶으시고 새알용 익반죽을 만드셨다. 팥죽을 만드는 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라도 된 듯 사뭇 진지하셨던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가족을 위해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 거잖아. “

“난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게 내 행복이고 기쁨이야.”


오늘 엄마의 꿈이 이뤄지는 날인가 보다.


더불어 내게도 주어지는 동짓날 임무.


“새알 좀 만들어 놔 줘.“

“오케이.“

과몰입을 한 걸까. 새알 하나하나를 빚으며 희망과 행복을 투영했다. 내가 만든 이 새알이 액운을 보내줄 가족의 복죽이 된다는 생각에 나 역시 사뭇 진지해지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팥죽을 먹었다는 기록은 고려시대부터 등장한다. 선조들의 지혜가 2022년 우리 집까지 이어져 엄마의 꿈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소중한 마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이 내 소중한 반려인형 복실이를 빚게 만들었다. 복실이의 눈코 귀와 꼬리가 떨어질까봐 이수시개로 후시술을 진행했고 그렇게 복실이를 중심으로 새알 부대가 완성 됐다. 이 부대가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줄 것이니.

아빠도 새알을 동동동.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사진 좀 찍어 놓아라. “


평소 사진을 잘 찍지 않으시는 엄마가 웬일로 사진을 찍으라고 하셨다.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으셨던 걸까. 나는 솥단지 하나를 맡아 팥죽이 눌어붙지 않게 젖고 있었고 사진을 찍으라는 특명에 주걱을 엄마에게 건네어드렸다. 내 주걱을 받아 드시고 양손으로 팥죽을 저으시는 엄마가 왜 이렇게 신나 보이시는지.


신나게 슝슝슝


이 모든 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인생의 어느 순간, 우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보석 같은 오늘이 아름답게 추억될 것이다.


팥죽을 젖다가 부글부글 끓을 때 새알을 넣을 타이밍이 왔다. 나의 복실이가 다이빙을 할 때라는 의미다.


“근데 복실이는 지금 넣으면 다 빠질... “


복실이를 걱정하며 엄마가 퐁당.

잘 가. 다시 만나자.

엄마표 갓동치미와 복실동지팥죽


복실이의 형체는 알아볼 수 없었다...


몸통으로 추측...
꼬리로 추측...

식탁에서 복실이의 행방을 찾아 헤맨 건 오직 나뿐이었지만, 중요한 건 팥죽 맛이 끝내 줬다는 것이다. 부모님은 옛 생각에 잠기셨는지 옛이야기를 하시며 설탕도 넣지 않으시고 팥죽을 맛있게 드셨다.


“아~ 오늘 내 꿈이 이루어졌어~“

“내일도 팥죽 먹어야지~(룰루랄라)“


엄마는 연신 행복을 읊조리시며

내일의 행복을 기약하셨다.


동짓날 부모님과 동지팥죽을 만들며

행복을 빚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좋을 일들만 팥팥 일어날 거 같다.


“엄마 근데... 오늘 팥죽이 맛있었던 건 복실이가 있었기 때문이야. “



며칠 후 엄마가 발견한 복실이 몸통...

동지팥죽 끝바지. 어~ 복실이다~! 엄마의 탄성과 함께 아빠드릴 팥죽을 뜨는데 복실이가 부웅 떠있었다는 엄마의 증언이다. 다행히 다리는 붙어있었다.

복실이를 누가 먹을 건지 잠깐의 논쟁이 있었고 결국 엄마가 설탕을 뿌려 두입에 쏘옥 드셨다.


울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넌 오디든 예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