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가나안이 되자

일일결심‬ 20150116

by 명랑달빛

틈틈이 '가나안'이 되자.

교회 청년부 간사에서 짤리지만 않았다면 꼭 정착시키고 싶은 제도가 있었다. 임원이든 리더든 일정 기간 맡으면 '안식월'을 누리게 하자는 것이다. 다른 교회를 갈 수도 있고, 안 나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일단 직분에 매몰되는 것이 신앙에 이롭지 못하다 생각했고, (우리) 교회 밖을 경험하는 것이 신앙에 이롭다 생각했다. 아쉽게도 그 제도는 딱 한 명만 누렸다.

이런 구상은 교회를 떠나며 더 확신을 갖게되었다. 교회를 떠나보니 역설적으로 신앙에 대해 더 본질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교회와 나를 객관화시켜 보니 비로소 보이게 된 풍경도 있었다. 물론, 오랜 관습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으나 그렇게 부딪히며 실수하며 알아가는 것들이 분명 있었다. 설사 가나안이 되어 신앙이 나태해지고 약해졌다 하더라도 신앙 여정에서 통과해야 할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이면 일년의 어느 부분은 교회와 나를 분리하여 내 신앙을 점검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이런 질문이 들어온다. 그럼 교회는 누가 지키냐고. 나는 대답한다. 내가 교회를 지키는 자이니까. 물론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겠으나 나는 솔직히 제도 교회를 지키는 일보다 내가 누려야 할 신앙, 그 신앙을 나누고 실천할 공동체(교회가 아니더라도)와 세상에 더 관심을 두고 싶다. 유형의 건물과 제도로서의 교회를 지키느라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누려야 할 풍성한 관계와 신비를 포기하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가나안으로서 나를 관찰한 결과 그래도 예배를 드리는게 낫겠다고 판단하여 4년 동안 어느 교회에 비등록교인으로 출석하며 참 좋았다. 좋은만큼 '다시 나의 신앙을 교회 예배와 퉁치는 습성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닐까'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1년 초반 2개월 정도는 교회 출석 안하는 순례자가 되기로 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1월 첫 주부터 실천하고 있다. 이번에는 무얼 할까, 어디를 다녀볼까 고민하고 알아보는 과정이 낯설지만 재밌기도 하다. 정신도 반짝 든다. 내가 나를 잘 알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긴장을 건강하게 누려봐야겠다.


※ '가나안'이라는 말은 기독교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로 '(교회) 안나가'를 거꾸로 표현한 말이다. 최근 교회에 실망하거나, 제도 교회가 아닌 교회 밖 신앙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을 '가나안 성도'라는 용어로 부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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