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결심 20160127
몸의 말을 잘 듣자.
내 장점 중 하나는 체력이 좋다는 점이다. 심지어 감기도 잘 안 걸린다. 그 장점때문에 생긴 단점은 몸을 별로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돌이켜 생각하니 단점 때문에 장점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즉, 타고난 체력이 아니라 주인 잘못 만나 길들여진 체력일 가능성이 크다. 좌우지간 나는 내 몸에게 악덕 고용주다. 얼마 전에 받는 건강 검진 결과 문서도 제대로 읽지도 않고 어딘가에 봉인해 버렸다.
특히 아끼지 않는 부위는 눈이다. 나는 눈이 약하다. 여러 해 전,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녹내장이 의심되니 검사를 받으라는 소견이 적혀 있었다. 그게 뭔지 잘 몰라 안과 의사인 교회 오빠에게 물어보니 빨리 와서 검사를 받으란다. 오빠의 채근덕분에 검사를 받아보니 '정상 안압형 녹내장'일 가능성이 크니 정기 검사를 꼬박 꼬박 받아야 한단다. 녹내장이란 병이 가뜩이나 소리없이 진행되는 병인데 나는 더욱 증상없이 한방에 훅 갈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아무튼 오빠의 말을 듣고 심란해져 그 후로 병원에 정기적으로 갔...... 을리가 있나. 10년 사이 딱 한 번 갔다. 그것도 스스로 간 게 아니라 겁이 날 정도로 아파서.
요 며칠 눈이 굉장히 아팠다. 평소에도 하루종일 모니터를 보며 일하고 - 책을 읽고 - 아이패드로 드라마보느라 쉴 틈이 없어 안구 건조증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사는데 며칠동안의 아픔은 질적으로 달랐다. 안통(?)은 두통으로도 연결되어 좌우지간 삶의 질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나는 빠득빠득 모니터를 보며 일하고 - 책을 읽고 - 드라마를 봤다. 내 몸에는 무심한데 책임과 욕구에는 참 성실한, 불균형의 인간이다.
그러다 오늘 아침에는 정말 안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사무실 오고 가는 버스에서 강제로 눈을 닫아버렸다. 왕복 80분쯤 눈을 감고 묵상(?)을 하다가 쿨쿨 꿀잠을 잤다. 그래도 온전하게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눈에는 덜 미안해졌다.
이상은 <언젠가는>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우리 곁에 머물던 많은 '당연'들이 더이상 당연하지 않다고 느낄 때 비로소 나이라는 중력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젊음의 특권은 '낭비'일 수 있겠으나 지금 나의 의무는 몸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업무 외 휴대폰을 보거나 버스나 지하철에서 뭔가 읽는 행위를 중단하고 자주 눈을 감자.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들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