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모레비 Nov 18. 2019

다가가는 리더, 부르는 리더

리더의 사소한 행동이 팀원에게 미치는 영향




우리 모두 다가가는 리더가 되어봐요




첫 직장에 근무할 때 팀장님은 무언가 할 말이 있을 경우 저를 직접 자리로 부르곤 하셨습니다. 직접 제 자리로 찾아오신 적은 한 번도 없었죠. 누군가를 자리로 호출할 때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사무실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특히나 당일 컨디션이 안 좋다든지 알 수 없는 이유들로 목소리가 어둡거나 급하게 부르는 목소리라면 그 긴장감은 좀 더 배가됩니다.


그분은 언제든 회사 내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뒀고, 또 결과로 증명하는 분이었기 때문에 주변의 신임도 두터웠고, 새싹 같던 시절 그분의 말이라면 진리요. 법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었죠.


"00야 이리 와 봐", “자리로 좀 와라”


이메일 보고 후 또는 평소 무언가 상시적인 업무가 생겼을 때 주로 호출하셨지만 가끔은 정말 사소한 질문을 하기 위해서도 자리로 불렀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왜 그랬나 싶지만 당시엔 한 번도 왜 할 말 있는 사람이 직접 자리로 오지 않는가?라는 다소 당돌한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직책자 혹은 선배의 부름은 대체로 아름답게 끝나는 일은 없기 때문에 자리로의 호출은 항상 두려움을 주는 일 중 하나였습니다. 불려 가며 정말 오만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데 ‘또 무슨 말을 하시려고 하는 걸까?’, ‘보고서에 오탈자라도 있나?’와 같은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직속 상사는 아니었지만 옆 팀에 근무하는 어떤 분은 피드백을 하기 위해 자리로 부르는 것도 모자라 여러 팀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는 일도 잦았습니다. 그 팀에서는 팀장님이 부르면 더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습니다.




첫 이직 후 새로운 직장에서 만난 팀장님과의 경험을 통해서 리더의 작은 행동이 많은 차이를 가져오는구나 라는걸 느꼈습니다. 바로 피드백을 위해서 의견을 나누기 위해 팀원의 자리로 직접 찾아오는 팀장님을 마주하게 된 거죠. "00님 잠깐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00님 잠깐 시간 돼요?”


피드백 혹은 의견을 물어보고자 할 때 상위권자가 자리로 직접 찾아온다는 것은 대상자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에 굉장히 큰 두 가지 메시지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업무적으로 누구 한 명이 우월적 지위에 있지 않으며 동등한 입장에서 업무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즉 업무를 책임지는 담당자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거죠.


둘째. 충분한 사전 커뮤니케이션은 서로 간의 오해를 줄여줍니다. 심지어 이메일 보고를 받은 상황이라도 말이죠. 이런 대화 이후 팀장님이 어떤 의도를 갖고 메일 회신을 줬는지 팀원은 오해하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기획서를 수정할 수 있는 것이죠.


아직 이런 문화에 익숙지 않았기에 순간 긴장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만 팀장님은 "앉아서 편하게 들어주세요~"라고 말씀하셨고 이 태도는 제가 이직하기 전까지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1년 후에는 팀장님이 제 자리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려고 찾아왔을 때 전 다리를 꼬고 편하게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죠.


때론 권위와 지시를 통해 일을 해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성원 개개인의 역할을 존중하고 스스로 일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가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되는 이야기를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라는 도서에서 발견했습니다. '소속 신호'라는 개념인데요. 이 책에서는 세계 최고의 성과를 거둔 구글, 픽사, 미 특수부대 네이비실, NBA 프로농구 팀 등 다양한 조직을 인터뷰하며, 이 조직들의 공통점 3가지를 발견하는데 이 중 하나가 바로 조직원 서로가 끊임없이 '소속 신호'를 보낸다는 것입니다. 조직원들 상호가 사소하고 꾸준한 '소속 신호'를 보내면서 서로의 안정감, 소속감, 유대감을 끌어올린다는 것인데요.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동물, 미어캣을 떠올려보면 좋겠습니다.


(좌) 경계모드에 있는 미어캣  (우) 교류 모드로 편안하게 동료와 휴식을 취하는 미어캣


왼쪽에 있는 미어캣은 경계태세에 있습니다. 안전감을 느낄 수 없는 상황이니 위협을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긴장된 상태를 유지합니다. 인간의 뇌는 원시시대 시절과 같아서 안전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교류 모드(Connection Mode)로 전환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별다른 집이 없고,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던 인간은 생존을 위해 항상 '안전감'이 최고의 가치였고, 기본적인 모드였던 거죠. 여기서 생각해볼 점은 리더의 사소한 행동과 말이 구성원을 경계 모드에 있는 미어캣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왼쪽과 비교되는 오른쪽 미어캣은 '교류 모드'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로의 에너지를 느끼고, 서로를 가치 있게 대하며,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는 신호도 보냅니다. 책에서 말하는 소속 신호(Belinging cues)의 특징인 에너지, 개인화, 미래지향이 바로 이것이죠. 구성원을 '교류 모드'로 전환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런 행동입니다.




'부르는 리더'는 자리로 호출합니다. 호출받는 구성원의 머릿속에는 '왜 갑자기 날 부르지', '내가 뭐 잘못했나', '또 뭐 허드렛일 시키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물론 부르면서도 따뜻하게 대하면 되지 않겠느냐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리더와 팀원의 대화는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습니다.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감과 경계심을 애초에 차단하자는 거죠. '교류 모드'로 전환되지 않은 채 경계태세로 리더에게 다가가게 된다면 리더의 말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거나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봅니다.


'다가가는 리더'는 어떨까요? 편안한 분위기로 다가온 리더는 우선 우리가 동등하다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누가 누굴 호출해서 혼내고 캐묻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동등한 존재임을 행동을 통해 보여줍니다. 또한, 지시가 아닌 의견을 물어봄으로써 개인화되어있고, 미래지향적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부르는 리더', '다가가는 리더' 중 어떤 리더가 되고 싶으신가요? 리더의 작은 행동의 차이가 조직에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문화를 만들고 더 나아가 구성원들의 태도를 적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다가가는 리더'가 되도록 노력해보면 좋겠습니다.

이전 11화 뒤늦게 알아본 펭수의 초능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