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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모레비 Jan 29. 2020

뒤늦게 알아본 펭수의 초능력

통념을 부수고, 본질을 꿰뚫는 이 시대가 원하는 리더

 

엇갈린 펭수와의 인연

그리고 우연한 만남


 작년부터 SNS를 뒤덮은 펭수 광풍 속에서도 나는 이상하리 만치 펭수를 찾아보지도, 펭수와 관련된 글을 읽지도 않았다. 겨울왕국이 천만 관객의 흥행 가도를 달리며 전국에 Let It Go 노래가 울려 퍼질 때도 무슨 고집인지 예매 버튼에 손이 가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본인의 청개구리 성향도 한몫했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소리를 주워 듣는 것만으로도 펭수는 한번도 본적없지만 자주 만난듯한 익숙한 존재가 됐다. 장성규처럼 선을 아슬아슬하게 타고다니며 사이다 발언을 날리는 옆 반의 핵인싸 친구 쯤으로 말이다. 그렇게 단톡방에서 친구들이 쓰는 이모티콘으로, 브런치 글의 제목으로 자주 만나던 펭수는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겠거니 했다.


 설 연휴 리모컨 주도권이 없던 나는 본의 아니게 EBS 채널에서 나오는 펭수와 전에 없던 긴 시간을 마주했다. 펭수에게 빠진 결정적 순간은 펭수가 어느 취업 관련 교육 기관을 방문해 취업 준비생들과 모의 면접을 진행하는 장면이었다. 취준생은 면접관 역할을 담당했고, 펭수는 옆에 있는 스태프 한분과 함께 면접자 자리에 앉았다. 면접관은 근엄한 얼굴로 펭수를 난처하게 만들기로 결심한듯 돌발 질문을 던졌다.


면접관 : "펭수씨가 직장에서 상사의 비윤리적 행동을 발견했어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펭수 : "그럴 때는 사장님한테 이를껍니돠!"
면접관 : "그리고요?"
펭수 : "그 다음은 사장님이 알아서 하시겠쬬?"
면접관 : "일개 사원이 사장한테..?"
펭수 : "일개 사원이라뇨! 무려 사원인 겁니돠!"


 Z세대로 보이는 취업준비생이 면접관 역할을 맡으며 "일개 사원이"라는 꼰대같는 표현을 던진 것도 재밌었지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일개 사원이라뇨! 무려 사원인 겁니돠!


라고 당당히 말하는 펭수의 모습이 너무도 멋져 보였다. 펭수는 위계질서에 눌려 자기주장 하나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는 막내들의 의견도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무려라는 단어하나로 확실하게 보여줬다. 아무래도 펭수는 우리에게 깊숙히 박혀버린 통념을 포맷시키는 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 같아 보였다. 임팩트가 너무 컸던지라 유튜브에서 다시 영상을 찾아봤는데 역시나 댓글란에는 이에 대한 찬사로 가득했다.


"무려사원" ㅠㅠ 우리 펭수는 어쩜 이렇게 말도 예쁘게 하지ㅠㅠ
일개 사원이 아니라 무려 사원이었구나.. 나.. ㅠ 고마워 펭수야.. ㅠㅠ


 조금 더 스크롤을 내려보니 재밌게도 면접관 역할을 맡았던 학생이 직접 사과 댓글을 달아둔 걸 발견했다. 사과 댓글 밑에는 역할에 몰입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며 격려하고, 응원하는 대댓글이 달려있었다.


'일개 사원' 이라고 발언했던 무지한 취준생입니다...  면접 때, 면접관들이 일부러 면접자들을 당혹시키려는 질문들을 종종 하는데... 따라 해 볼려다 '일개'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말하고 아차 싶었습니다.. 전국에 계신 모든 사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ㄴ역할에 몰입하시다보믄 충분히 그럴수있죠. 재밌게 잘 봤습니다. 꼭 원하시는 곳에 취뽀하시길 응원합니다!!!!!
ㄴ면접 한번이라도 본적 있는사람은 그 의도가 뭔지 알죠ㅎㅎㅎ 힘내시고 좋은결과 있으시길 !



펭수의 진심과 우리의 본심


 요즘 세대가 펭수를 좋아하고, 함께 즐기는 모습을 바라보며 밀레니얼세대의 특징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백 번의 정의보다 더 와 닿는 그들만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다. 직급이 대화의 기준이 되기보다 사람대 사람으로서의 존중을 더욱 중히 여기는 마음과 이를 표현하는 당당함과 솔직함 말이다. 동시에 그들은 현실 세계에서도 인격적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수평적인 문화와 리더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본질에 지극히 충실한 펭수의 관점에서 통념을 깨부수며 탄생한 명언은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피로에 찌든 친구들에게는 "잘 쉬는 게 혁신이에요."라고 속 시원하게 말하고, 풀이 죽어 있는 친구에게는 "일단은  잘할  없어요. 펭수도 달리기는 조금 느립니다. 허나 잘 못한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잘하는 게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거를 더 잘하면 돼요!"라고 진심을 담아 응원한다.


 뿌리 깊게 박힌 위계 중심적 조직문화, 날로 극심해지는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시대다. 펭수는 편견과 오해로 가득찬 이 세상에 모든 사람은 직급을 떠나 평등한 존재임을,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릇 그 문제에 처한 당사자의 마음을 제일 먼저 이해해야 함을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펭수의 명언을 음미하다 보니 한때 푹 빠졌던 박명수의 어록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박명수 어록 중 일부>
-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
-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이미 늦었다. 지금 당장 시작하라.
- 참을 인 세 번이면 호구가 된다.


 펭수 그리고 박명수처럼 우리는 잘못된 현실을 둘러싼 본질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지극히 상식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푹 빠져드는 것이 아닐까?


 본질을 꿰뚫는 당돌한 의견을 던지는 누군가에게 꼰대는 훈계와 강요로 맞설 것이고, 합리적인 리더는 더 나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 그와 손을 잡을 것이다.








끝까지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조직 문화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아래 글들도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https://brunch.co.kr/@oder/50


https://brunch.co.kr/@oder/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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