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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복사하고 붙여넣기

원고 씨앗 심기

by 오은오

밭을 갈고 나면 씨앗을 심을 차례다.


앞서 목차라는 밭에 고랑을 정성껏 그었다면, 이제는 그 고랑에 내 글이라는 씨앗을 심어야 할 시간이다. 내 글은 노트북, 클라우드, 스마트폰, 이메일 임시 보관함 등 다양한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심지어 일부는 공책이나 메모지에 흩어져 있다.


그래도 목차 밭을 이미 일궈놓았기에 각 글이 심어질 위치는 명확하다. 글을 word로 옮겨보자. word로 작업하는 이유는 word가 익숙한 것도 있지만(그래서 한글 가이드는 없다), 잘 구성된 word 파일 하나는 나중에 epub과 pdf 파일로 변환할 때 많은 수고를 덜어준다.


'전자책 파일은 epub 하나면 되는데, 왜 pdf 파일을 만드냐고?' 물을 수 있다. 다음 챕터에서 말하겠지만, pdf 파일을 만드는 이유는 종이책 원고를 제작하기 위함이다. 겸사겸사 종이책 pod 1) 서비스로 소장용 종이책 한 권 있으면 좋을 거 같다. 그래서 하는 김에 pdf 파일도 만들어보려 한다.

1)POD(Print On Demand) 서비스는 소량의 책을 필요할 때마다 인쇄할 수 있는 주문형 출판 서비스다. 온라인 서점이나 출판 플랫폼에 pdf 파일만 올리면 누군가 주문할 때마다 그때그때 인쇄해서 배송해 준다. 이를 통해 초기 제작 비용이나 재고 부담 없이 종이책을 출판할 수 있다.


이어서 흩어진 원고를 하나의 word 파일 속에 Ctrl + C, Ctrl +V 해야 한다. 여기서 하나 알고 가면 좋을 것이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쓴 글''나만 볼 수 있는 글'을 구분하는 것이 좋다. 개인 블로그나 SNS에 올렸던 글은 '보여주려고' 쓴 글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나만의)검증이 끝난 글이다. 같은 글이라도 '인터넷에 떠다니는 글'과 '나만 볼 수 있는 글'의 성격은 다르다. 나만 볼 수 있는 글은 오탈자가 있거나 비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논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물론 보여주려고 썼던 글도 다시 보면 고치고 싶은 것 투성이다.




원고를 모으는 작업은 뭐 별도의 팁은 없다. 목차 순서대로 복붙을 반복하면 된다. 한 가지만 주의하자면 '텍스트만 유지'로 붙여 넣기를 해야, 나중에 작업하기 편하다. 온라인/오프라인에서 복사한 텍스트는 보이지 않는 서식을 지니고 있다. 어디서 어떻게 가져오냐에 따라 각각의 서식이 딸려오기 때문에 나중에 모아 보면 지저분해질 수 있다. 붙여넣을 땐 꼭 붙여넣기 옵션 중 '텍스트만 유지'로 내용을 옮기자.


붙여넣기를 하고 잠시만 기다리면 1번 아이콘이 실행된다. 1번 아이콘을 누르고 2번 텍스트만 유지 버튼을 누르면 된다.


위에서 잠깐 설명했던, '나만 볼 수 있는 글'은 수정이 필요하니 일단 빨간색으로 색칠하며 복붙했다. 특별한 팁은 없다고 말했지만, 지금 내가 수정할 때마다 파일을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고 파일 관리를 하고 있다. 수정 사항이 많았다면 파일명에 날짜나 버전을 기입해 저장하자(예: '여행기_v1.docx', '여행기_v2.docx'). 작업을 하다 보면 '수정하지 않은 문장이 더 좋은데?'라는 생각을 할 때가 분명 생긴다. 그러니 작업 시간순으로 원고를 관리하자.


얼추 모든 글을 한 곳에 모아보니 52페이지, 8209개의 단어 분량의 원고 초안이 완성됐다.


종이책처럼 다시 편집하면 페이지가 약 1.5배 늘어날 거 같다. 내 원고가 종이책이 된다면 일일 학습지처럼 너무 얇은 책이 될까 걱정했는데, 좋은생각 두께 정도 나올 거 같아 나름 만족한다.


이제 모든 씨앗을 고랑에 심었다. 흙으로 덮고 물을 주듯이, 다음 단계에서는 소중한 글들을 다듬고 가꿔야 한다.



주저리주저리 이번 글을 쓰다 보니, 결국 '복붙 잘하자'라는 말을 한 거 같다. 시간이 좀 남았으니, 모아 놓은 원고를 들여다봐야겠다. 그리고 다시 읽고 고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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