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거인이 남긴 법전

팔순 아버지가 손주들에게 건넨, 정직과 성실이라는 투박한 유산

by 장기정

구정 연휴를 맞이해 온 가족이 모였습니다. 곧 팔순을 앞두신 아버지는 북적이는 자식과 손주들의 모습만으로도 마냥 좋으신 모양입니다. 이날 아버지는 손자, 손녀들에게 아주 특별한 메시지를 남기셨습니다.


입에서 귀로 전해진 그 말씀을 제가 다시 글로 옮겨 담는 일은 저에게도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온갖 역경을 버티고 이겨내며 일과 가정을 성공적으로 일궈낸 거인의 문장을 그저 흘려보낼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지혜와 통찰을 갈구하는 저에게도, 당신의 신년 메시지는 두고두고 새겨야 할 삶의 지표와 같았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는 독불장군 그 자체였습니다. 결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고, 당신의 말씀은 곧 집안의 법이었습니다. 엄격한 질서 속에서 부모에 대한 효도와 공경은 자식의 절대적인 의무임을 수시로 일깨우셨습니다. 저는 그 무거운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변화는 코칭을 공부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신의 서슬 퍼런 말과 행동 이면에 숨겨진 욕구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버지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 그리고 자식들에게 바랐던 실체가 드러나자, 오랜 시간 저를 짓눌렀던 억울함과 분노, 수치심의 그늘이 비로소 옅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제가 보기에,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던진 첫마디는 실로 의외였습니다.


내가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찾은 답을 실행에 옮겨라.

이 문장은 제가 접한 그 어떤 철학자의 성찰보다 귀하게 다가왔습니다. 세상의 거친 파도에 온몸으로 맞서온 생존자가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을 때 토해낼 수 있는 정수(精髓)였습니다. 두 번째 메시지는 더욱 강렬했습니다.


“멋지고 훌륭한 꿈을 꾸어라. 내 삶은 특별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간절히 바라고, 그 간절함이 강할수록 꿈은 결국 이루어진다.”

“꼭 해야겠다,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는 소원성취의 필수 요소다.”

"지금의 나는 내가 과거에 그토록 간절히
원하고 바라던 것들이 이루어진 상태다."


자신이 원하는 바가 불분명하고 대충 살아간다면, 현재의 상태 또한 그 흐릿한 모습 그대로일 것입니다. 80년 인생 중 50년을 곁에서 지켜본 제 아버지는 타의 모범이 되고도 남을 만큼 멋지고 훌륭한 삶을 증명해 오셨습니다. 아이들이 이 말씀을 얼마나 깊이 새겼는지는 앞으로 그들의 인생이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증명될 것입니다.

저 또한 저 자신에게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봅니다.

나는, 이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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