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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필수연구소 May 13. 2024

제주도 당일치기

눈쌓인 한라산과 동백꽃을 당일로 다녀오기

12월 이직을 하면서 생긴 일주일. 그래도 명색이 갭이어 갭위크인데, 비행기는 한번 타야지 하면서 제주도 비행기 표를 알아보았다. 이때 알게된 것이, 11월 12월 초 (방학전)은 제주도는 엄청난 비수기라는 것이다. 특히 수요일 목요일 비행기표는 왕복 유류세 세금 포함 5만원대였다. 부산 KTX 가 편도 5만원인데, 왕복 제주도가 5만원이라니, 크게 고민없이 바로 떠나기로 한다. 


그래도 제주도까지 갔는데 일박이라도 하고 와야하나 했는데, 당일로 다녀오는 여행과 1박으로 다녀오는 여행은 준비물부터 마음가짐까지 완전히 달라서, 당일로 한번 다녀오기로 했다. 더구나 제주도를 당일로 다녀온다면 어딘들 못 갈 곳이 없을 것만 같았다. 


새벽 6시부터 비행기가 있지만, 또 그렇게 무리까지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 7시즈음 비행기를 타고 저녁 9시 비행기로 돌아오는 스케쥴이다.


김포공항까지 1시간은 걸리니, 그리고 비행기는 지하철이 아니니 뭔가 탑승시 돌발 상황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 걱정에 넉넉히 5시좀 넘어서 출발하였다. 새벽에 움직이면 길도 막히지 않고 주차도 쉽게 할 수 있다. 탑승 시스템도 모두 모바일로 사전 체크인이 되어서 거의 그냥 고속버스 타는 느낌으로 들어가면 끝이었다. 수하물도 없어서 그냥 가면 된다. 


제주 공항에 내리자마 다른 공기를 느낀다. 남쪽의 따뜻한 햇살이다. 하루 3만원 정도 하는 렌트카를 빌려서 이동을 한다.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탈까도 했는데, 스케쥴이 유동적이라 그냥 편하게 렌트카를 타고 다니기로 했다. 


렌트카를 타고 처음 이동한 곳이 한라산의 영실이라는 곳이다. 한라산은 백록담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옆길로 아주 높은 곳부터 시작하는 영실코스라는 곳이 있다. 짧다고는 하지만 한라산을 느끼기에는 등산초보로서는 충분했다. 초반엔 따뜻한 듯 하다가 갑자기 눈이 쌓이 언덕이 나오기도 하고, 눈보라가 매섭게 치다가도, 갑자기 따사로운 햇살로 변하기도 하는 한라사는 정말 '영험한' 산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라산 사진을 찍는데 이게 영실코스의 마지막 등선인 것도 알게되었다. 뒤에 한라봉 같은 한라산 정상이 보이는데 앞부분은 푸른 언덕같은 그 사진이다. 



평일이었기 때문에, 가장 위쪽 주차장까지 주차를 할 수 있었다.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져서 아래부분엔 눈이 많이 녹았기 때문에 위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었다. (눈이 조금만 많이 와도 절대 올라갈 수 없는 그런 지형이다) 이렇게 평일이 주는 혜택은 그 어떤 혜택보다 크다


영실에서 김밥과 컵라면을 끓여먹고, 다시 한번 한라산의 성스러운 기운을 느끼며, 언젠가는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하며 다음 목적지인 남쪽의 동백꽃으로 향했다. 이제까지 제주도는 여러번 왔지만 모두 봄 또는 여름 또는 가을 정도에 왔었지 겨울에 온 적은 없었다. 그래서 동백꽃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카멜리아 포레스트라는 조금은 요즘(?) 사람이 만들어둔 동백꽃 공원에서 군락으로 피어있는 동백꽃을 처음으로 봤다. 


아 고도리의 동백꽃이 매우 실사판이었구나. 화투랑 똑같이 생겼다. 

많은 사람들이 한 시간정도 보고 그냥 가는데, 당일 치기 여행자 주제에 한가로이 앉아서 차를 마시고 거의 마지막 입장시간이 될 때까지 앉아서 아무 생각없이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여유라는 것이 단지 절대 시간의 양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라, 오히려 당일에 이정도 구경하면 됐지 하는 마음으로 욕심이 없어지면 그때 더 여유가 생긴다. 이렇게 동백꽃을 보고, 갑자기 쏟아지는 우박과 천둥번개를 뚫고 한라산을 넘어서 공항에 와서, 공항에 있는 식당에서 제주 갈치 조림과 물회를 먹고,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행기에, 등산에, 렌트 이동에 무리한 일정일 줄 알았는데, 정말 너무 여유로운 느낌의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애초부터 시간이 안되면 그냥 공항근처 카페가서 놀다가자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욕심과 조급함이 없었기 때문에 더 한가롭게 느껴진 시간이었나 보다. 


사실 시간은 모두 24시간 동일하다. 숨을 쉬던 잠을 자던 무엇을 하던 똑같은 속도로 흐른다. 바쁘다 정신없다 한가롭다 여유있다는 실제 행위보다는 그 시간안에 무언가를 해야하는 '마감'의 개념에서 시작된다. 마감이 없으면 바쁜 것도 없어진다. 이런 당연한 것을 깨닫고, 매년 11월이나 12월 초에는 반드시 당일치기로 제주도를 가리라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감사한 것은 이런 것을 함께해줄 동반자가 옆에 있다는 것이다. 


[TIP : 총비용- 2인 제주도 당일치기]

제주도 왕복 항공권 : 약 11만원 

김포공항 주차 : 1 만원 (평일 + 다둥이)

렌트 : 3만원  

식사 : 3만원 (점심은 산에서 김밥, 컵라면)

두명이 당일로 제주도 가는데 20만원이면 가능합니다.


[TIP#2 - 렌트 ]

렌트카 예약시 당일대여 당일반납 자체가 선택이 안된다. 

일단 다음날 반납으로 해두고 연락해서 당일에 반납한다고 이야기해야한다.

가격보다는 아침에 일찍 찾을 수 있는지, 늦은시간 반납을 받는지 확인을 해봐야한다. 


[TIP#3 - 영실코스]

가장 높은곳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정말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주차장이 만차이면 아래 주차장에 주차하고 택시를 불러 위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우면 아에 차가 못 올라가나 체인으로 무장한 택시들이 조금더 비용을 받고 데려다 주기도 한다

날씨가 변화무쌍하니 반드시 바람막이 자켓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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