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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필수연구소 May 15. 2024

자전거 국토종주의 시작

수첩을 샀으니 스템프를 모으는 수 밖에 도리가 없다 (feat ENTJ)

2024년 석가탄신일.

오후에 강풍을 동반한 비소식이 있다. 

어느날 부터인가 유트브 알고리즘으로 뜨기 시작한 자전거 국토종주. 가벼운 짐으로 두 다리의 힘을 이용해 전국 구석구석을 누빈다. 언제라도 멈춰서서 경치를 볼 수 있고, 맛집이 나오면 들어가서 먹으면 된다. 이런 자전거 여행의 매력에 꼬셔지고 있던 차에 


우연히, 

석가탄신일 오전 회의가 취소되었고

갑자기 국토종주 수첩이 사고싶어졌고, 

우리집은 경강선 근처인데, 여주의 강천보 인증센터에서 수첩을 판매하고 있었고, 

휴일엔 자전거를 가지고 지하철에 탑승이 가능했고, 

그래서 물과 커피와 초코바를 몇개 들고 자전거를 끌고 지하철로 향했다.

스템프를 보을 수 있는 수첩 - 진정한 어른들의 놀이이다 전국구 스템프 모으기라니!


경강선은 지상으로 이동하는 구간도 있어서 지하철 창밖을 보니 '오호라 어디 시골 여행 가는 기분인걸' 하면서 여주역까지 갔다. 지하철에는 가족, 연세 지긋하신 아저씨, 친구들 등 자전거를 타려고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여주역에 내려서, 자 이제는 강천보 인증센터로 수첩을 사러 출발하자. 

카카오네비를 찍고 시내의 자전거도로 (라고하지만 그냥 인도인)를 3km 정도 달리다 보니, 남한강자전거길로 내려가는 입구가 나왔고, 그 뒤로 왼쪽에 남한강을 끼고 한적한 자전거도로를 달렸다. 도로 표지판에 '국토종주' '탄금대 60km' 이런 표식을 보니, 이대로 달려 충주까지 가고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비소식과 무엇보다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엔진 효율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은 원래 목표대로 수첩 쇼핑을 하기로 한다. 


네비를 찍고 도착한 인증센터는 빨간 공중전화부스만 하나 있었다. 앗 어디서 수첩을 판매한다는 말인가? 자전거를 타고 주위를 좀 돌아보니 한강문화관이라는 큰 공원같은 건물이 있고 거기 전시회장 같은 안내데스크에서 수첩을 판매하거나, 인증을 진행해준다. 수첩은 그냥 사는게 아니라 '구매자를 확정'하여 시리얼 번호 같은 것이 연결되다보니, 신분증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튼 그렇게 수첩을 구매하고, 2층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1층의 카페에서 세종대왕의 동네에 맞게 한글빵을 사서 에너지를 보충을 한다. 

ㅋㅋㅋ

남쪽으로 갈까 북쪽으로 갈까 하다가, 일단 북쪽으로 다시 올라가보기로 한다. 아주 어릴적 가족과 함께 놀러왔던 금모래은모래를 지나고 올라가다 보니, 표지판에 '신륵사'라는 절이 나온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도 같은데..

그리고 오늘은 석가탄산일 아닌가?

그래서 신륵사에 가보기로한다. 자전거 여행은 이렇게 길을 잘 못 들어도, 그게 잘 못이 아니다. 애초에 목적지가 없었는데 맞다 틀리다가 있겠는가? 그냥 가는 곳이 길이라는.


석가탄신일 답게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그리고 절밥을 먹기위한 줄도 엄청 길었지만, 석가탄신일에 먹는 절밥은 왠지 영양뿐 아니라 행운도 줄 것만 같아서, 줄을 서서 밥을 먹도록 한다. 산채 비빔밥과 물김치, 절편, 생수.. 제대로된 보급이다. 다른 절과 다르게 신륵사는 강을끼고 있다. 바위에 앉아 남한강을 보며 비빔밥을 먹는데, 누구나 상상하는 그 맛이다. 운동후 허기질때 먹는 그 맛. 


신륵사와 알찬 구성의 절밥

원래는 바로 귀가를 하려고 했는데, 힘을 얻었으니 도장을 하나 더찍자. 그래서 바로 여주보를 향해 간다. 남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쭈욱 올라간다. 가다가 왼쪽에 세종대왕릉도 나오고 이런 저런 섬도 지난다. (나중에 알았지만 5월15일은 세종대왕탄신일이라 무슨 행사가 또 많았나 보다). 결국 여주보에 도착하여 스템프를 하나 더 모으고 다시 여주역까지 돌아와 귀가를 한다. 이 도장을 다 모으는데 얼마가 걸릴까. 메달을 받을 수 있으려나. 그래도, 이렇게 새로운 놀거리가 하나 더 생겨서 즐거울 뿐이다. 

스템프가 찐하게 안찍힌다. 아쉽다


TIP#1 - 국토종주 인증수첩 / 강천보 인증센터

* 온라인으로도 구매가 가능합니다. 

* 몇군대 인증센터에서만 오프라인 구매가 가능합니다. (아라서해갑문, 강천보)

* 강천보 인증센터는 월요일빼고 항시 운영합니다. 점심시간 있습니다. 

* 강청보 인증센터 팥빙수 맛있어 보입니다. (너무 커서 다 먹으면 배아플까봐 패스)


TIP#2 - 지하철과 자전거

* 주말에 대부분 지하철은 자전거를 실어도 됩니다.

* 단, 맨 앞칸과 뒷칸만 가능합니다

* 신분당선은 안됩니다. 


TIP#3 - 석가탄신일 절밥

* 절밥이라 불리는 공양밥은 공식적으로는 무료입니다. 

* 석가탄신일 같은 경우는 워낙 많은 분들이 드시니 그냥 먹지만, 평소면 그래도 작은 성의의 시주를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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