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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Feb 04. 2022

1월의 외국영화 두 편

<어나더 라운드>와 <프랑스>

*오늘의 글은 두서가 없습니다.





<어나더 라운드>


영어 하는 것만 본 잘생긴 중년 덴마크 배우가 나와서 모국어로 연기하는 것을 처음 본 영화. 작년에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상을 탔는데, 감독의 수상 소감이 짠했던 영화. (크랭크 인 들어가기 바로 전, 영화의 영감을 주기도 했던 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로 인하여) 어쨌든, 영화 내용에 대해 말하자면. 아니, 영화에서 중심이 되는 어떠한 주장은 이렇다: 인간은 혈중 알콜 농도가 0.05% 낮게 세팅되어 태어났기 때문에 술을 마셔줘야 한다. 여기서 혈중 알콜 농도 0.05%는 70kg 정도인 나에게는 35g에 해당 하는 양이고 이는 소주 반 병 정도에 해당된다는 사실. 매일 소주 세 잔을 마시고 생활을 하면 어떻게 될까. 사실 은연중에 과거를 생각해보면 술의 힘을 빌린 적이 많았다. 처음 만난 사람이나 대학교 학회가 끝나고 어색함을 풀기 위해 알콜을 많이 사용했었고, 때론 용기를 내기 위해 알콜을 사용한 적도 있다. 알콜은 그때그때 효력이 다르다. 어떤 날은 기분을 좋게 해 주고 어떤 날은 가방 안에 있던 시더 깊게 느끼게 해 주고, 어떤 날은 슬픈 일을 더욱 더 슬픈 일로 확대해주기도 한다. 술은 예술과 관련 있음이 분명하다. 술을 마시면 머릿속에 문장들이 맴돌고 (그걸 핸드폰 메모로 적으면 오타는 지만) 혼잣말이 많아진다. 시는 평소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 (이미 말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생성되거나 뱉은 문장들은 부끄러워 잊히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술 역시 음식이라고 생각해서, 취하기보다는 맛으로 마신 날이 더 많다. 그래서 단순히 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수가 높은 소주는 혼자서는 사 마신 적이 없다. 우리 집은 (거의) 나만 술을 즐긴다. 엄마와 아빠는 무슨 재미로 삶을 사셨던 거지?



<어나더 라운드>는 우울에 빠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생각한다. 매직파워알콜, 이라는 동명의, 이제는 끝나버린 MBC 단막극 중 하나가 생각난다. 거기에는 얼마 전 라디오를 그만둔 강석우와 얼마 전은 고사하고 지금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 김민선이 나온다. 술의 신 바쿠스는 축제를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중년의 위기는 전 세계적 위기기도 하다. 가정에서 직업에서 오는 외로움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하나? 덴마크는 고등학생 때부터 술을 마실 수 있는 것 같아 신기했다. 처칠과 루스벨트는 지독한 말술이었고, 일을 할 때도 지속적으로 술을 마셨다는 사실은 재밌었다. 뭐 이러한 술에 대한 의견은 그들이 성공한 위인이기 때문에 나온 거겠지만. 그래서 문득, 앞으로 아침에 와인 한 잔 이나 독주 한 샷을 하고 출근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프랑스>


영화 제목도 프랑스, 주인공(레아 세두)의 이름도 프랑스, 언어도 프랑스어. 모든 것이 명확하게도 유럽의 나라를 겨냥하고 있었다. 배경 지식이 없어도 볼 수 있는 블랙코미디가 아닐까,라고 생각했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더 길었고 (생각보다) 더 졸렸으며 (생각보다) 레아 세두는 더 매력적이었다. 나 자신이 프랑스인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더 다가오는 것이 많았을 테지만, 그것은 평행세계에서 프랑스어로 <프랑스>의 리뷰를 치고 있는 프랑스인 동석에게 맡기기로 하고, 나는 나의 정체성 (한국인/30대/영화 좋아하는)을 이용해서 소감을 말할 수밖에 없다. 대략적으로 두 가지 큰 흐름이 있다고 느껴졌는데, 첫 번째는 '국가 프랑스'를 향한 일종의 저항이고 두 번째는 '미디어의 폭력성'이었다고 생각했다. 유럽의 정세를 잘 알지 못하지만, 주인공의 직업은 기자고 이곳저곳(주로 난민이나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 배경)을 찾아다니며 취재를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중요한 것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상황보다는 기자 자신(레아 세두)이 얼마나 화면에 잘 잡히고, 본인이 생각한 '뉴스 영상'이 얼마나 잘 만들어지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것은 실제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가한다. 고무보트를 타고 위험천만하게 국경을 건너는 난민 보트를 타고 낭만적인 대사와 눈물을 흘리더니 이윽고 본인들이 준비한 거대한 요트를 탄다. 다른 한 편으로는 아주 멍청하게, 유명인들만 찾아온다는 어떤 스위스(정확히 맞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의 별장에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남자에게 속고 사랑타령을 한다.



감독도 프랑스 사람임을 생각해볼 때, 레아 세두가 맡은 기자가 '프랑스'라는 국가에 대응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유럽의 위기 속에서 극우파가 돋아났고 프랑스도 바로 전 선거에서 최종 선거까지 극우파 후보가 올라갔던 일이 있었지 않았는가.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유럽이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제국을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지리적인 특성 덕분도 있었다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 스페인이 남미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럽의 기후와 지리가 동물을 '가축화'시키기 좋았고 그들은 꾸준히 가축에서 오는 전염병에 면역됐기 때문이다. 가축화가 먼저 이루어지니 잉여생산물이 생기고, 거기에서 부를 축적하고 기술이 발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병균들은 다른 대륙으로 옮기면서 면역이 없던 다른 문명에겐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19세기 초반까지 유럽 입장에서 생각하는 '영광의 시대'가 있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것들은 다 과거의 이야기고, 현재의 유럽은 이전과는 다르다. 프랑스도 그렇다. 과거의 영광이 남아 있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눈에 보이기만 하는 품위'는 제삼자가 봤을 때 초라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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