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5
혜화부터 동대문까지 나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고 따라갔다
그를 잡을 수 있는 건 오직 신호등의 적색신호뿐-
횡단보도에는 길쭉하게 늘어진 리무진이 횡단을 막았다.
흑백의 하늘이 펼쳐지고 비가 오기 시작했다.
청계천이 범람했다.
파도처럼 흥인지문을 덮쳤다.
비는 때를 잘못 맞혔다.
수년전 이곳이 아닌 숭례문을 향했어야 한다.
나는 자유형으로 움직였다. 옷가게에서 떠내려온 중국인들이 뭐라 뭐라 소리쳤다. 나는 그것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는 두둥실 떠내려가 회색 연기가 나는 돼지갈빗집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재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