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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Feb 04. 2022

Musik

30대로 접어들면서 나의 취향을 알게 되고 점점 확고해지는 것을 느낀다.


예를 들면 영화의 경우 :

좋아하는 영화들이 있었지만 카테고리를 어떻게 묶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다.

나는 어떤 감독의 영화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영화에서 추구하는 것은 '다양성'이었고 (다만, 여기에는 감정선과 서사가 납득이 되는 한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진하게 생각할 만한 거리를 남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굳이 내 귀에 익숙한 한국영화나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외국어 영화도 즐겨본다.

그리고 2019년 <트랜짓>으로 접한 '크리스토프 페졸트'감독은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내가 지향하는 바를 거의 완벽하게 답하는 감독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어떤 감독의 어떤 '영화'를 좋아했을 뿐, 그/그녀가 만든 모든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페졸트의 작품은 지금까지 본 것 모두가 좋았다. 이런 인물이 몇 명 더 나오길 기대한다.


글 제목은 음악이라고 해놓고 또 영화 얘기를 해버렸다. 근데 다를 것이 없다. 음악도 '다양성'이 좋다. 그래서 장르를 가려듣지 않는 편이다. 그게 랩이던 발라드건 락이던 들어보고 멜로디가 좋으면 좋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노래는 가사가 없어도 다른 부분에서 노래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간주의 베이스 연주가 좋으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혹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멜로디나 가사가 들어가면 귀를 기울기에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산울림이 좋다. 김창완 씨는 천재라고 생각한다. 그 시대에 그런 음악을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난 시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얄팍할 수도 있는) 가벼운 사랑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싫다.(나에겐 만남도 이별도 다 어렵다.) 인생에서 사랑이 중요하지만 사랑만 있는 건 아니니까. 이왕 사랑을 다룬다면세련된 방식으로 다룬 것들이 좋고, 내가 시를 쓸 때의 목적 중 하나도 '세련된 방식의 사랑시를 쓰자'이다.


해외 음악의 경우는,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어버린 일본의 시티팝을 좋아한다. 사실, 이전부터 내가 그런 재즈풍의 음악을 좋아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김현철의 노래들을 즐겨 들었는데, 그의 음악이 시티팝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시티팝 중에는 '타츠로 야마시타'의 것을 가장 좋아한다. 현재의 한국 음악에서는 유키카의 노래들과 태연의 위캔드가 좋았다. 얼마 전엔 넷플릭스에서 <우린 어른이 될 수 없었다.>라는 일본 영화에서 나온 BGM에 꽂혔는데. 나중에 검색해보니 90년대 초 인기 있었던 시부야계의 중심인물인 '오자와 켄지'의 작업인 것을 알았다. 그의 1집을 유튜브에서 자주 듣는다. 앨범 이름도 재밌다. 犬は吠えるがキャラバンは進む[개는 짖지만 캐러반은 간다.] 유럽 쪽으로 가면 독일의 아카펠라 그룹 'Die Prinzen'과 스웨덴 밴드 'Cardigans'도 좋고, 노르웨이 밴드 'D' sound'는 고등학교 때 앨범도 샀던 기억이 있다. 가끔은 보사노바 곡도 랜덤 재생을 한다. 테리 길리엄 감독의 영화 <브라질, 1985년 작>의 메인 BGM이 너무 좋았는데, 그 멜로디는 브라질의 작곡가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빔의 'Brazil'이라는 원곡을 변주한 것이었다. 영화 제목도 아마도 이런 이유로 브라질이 됐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한국으로 들어오면서는 영화제목이 '여인의 음모'....로 변역 됐다고 한다.)


아웃사이더 적인 취향은 예나 지금이나 빠지질 않아서, 몇몇 인디 밴드 음악도 좋아했다. 남들이 노래방엘 가면 그 시대에 유행했던 발라드나 알앤비를 부르는데, 나는 그것의 가사를 잘 모다. 6학년 여름방학 때 우연히 라디오에서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를 들으며 한국 가요 시장에 들어왔는데,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이 노래 저 노래를 찾아다닐 수 있게 되었고 대학교에 들어오면서는 다른 사람들의 싸이월드 BGM을 들으며 다니며 좋아하는 국내가수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알게 된 그룹이 '언니네 이발관'이고 그 들의 노래를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지만, 아무래도 많은 이들이 잘 모르는 듯하다. 그 밖에도 '9와 숫자들'도 좋고.. 최근엔 너무나도 늦게 '치즈'라는 가수를 알게 되어 좋았다. 보컬인 '달총'이 눈에 띄었는데, 빠져버렸다. 이 얘기를 회사 메신저로 동기들에게 얘기했는데, 알고 보니 그중 한 명이 그와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라고 해서 (다행히(?) 친한 사이는 아니었고) 민망했다.


요새는 영화음악이 눈에 들어온다. 영화는 예전부터 '종합예술'이라고 끊임없이 생각했다. 최근에서야 앞서 말했던 '페졸트'의 영화를 접하면서 음악도 귀에 들어왔는데, 그의 영화에서 음악은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데 사용된다고 했다. <트랜짓(Transit)>에서는 같은 멜로디가 다양한 악기를 통해 변주되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열망(Jerichow)>와 <바바라(Barbara)>와 같은 전작에서는 동일한 음악이 반복됐다. 가장 으뜸이었던 것은 2014년 작인 <피닉스(Pheonix)>였는데, 1920~30년대의 독일 작곡가이면서 미국으로 넘어가 활동했던 Kurt Weil의 'Speak low(나지막이 얘기해)'의 활용은 서사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완벽했다.


갑자기 생각난 음악이야기는 오늘은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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