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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Mar 02. 2022

한 쪽의 우울함

자발적 실업자가 된 이후 시간이 많아졌고, 개운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한 편으론 우울하다. 전쟁 때문이다. 유투브에서는 하루종일 키이브 시내를 지켜보는 24시간 스트림과 전쟁에 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한국에서는 전쟁이 일어난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사실 전쟁은 어디에서 언제나 일어나고 있었다. 예전에 주재환작가 전시를 갔을 때 한 작품을 본 기억이 나는데, 정확한 숫자가 기억나지 않지만, 노벨 평화상이 만들어진 뒤로 지구상에서 전쟁을 하지 않은 날은 일주일(확실하지 않다.)밖에 없었다고 했다. 


크던 작던. 그것이 내전의 형태이던 침략이건 거의 가리지 않고 전쟁은 일어나면 안되고 정당화 되면 안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너무나 잘못됐다는 것이 자명한 일이다. 이번 일이 더욱 더 주목을 받는 이유는 아마도 전쟁을 일으킨 나라가 '러시아'라는 점과 침공된 나라가 유럽의 '우크라이나'인 이유, 그리고 인터넷과 SNS로 인하여 거의 실시간으로 정보가 업데이트되고 사람들이 그것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번일을 계기로 국제 정세가 재편되고, 자칫 (아주아주)잘못하면 불미스러운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힘 싸움이고, 각 나라의 (대부분의) 군대는 본인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존재한다. '우리가 이렇게 세고, 너희가 우리를 침범하는 것은 쉽지 않을거야.'라는 메시지가 깔려있다. 그말인 즉슨, 서로를 믿으며 평화를 말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고, 그것은 아직도 인간 내면엔 이득을 위해 약한 존재를 뭉게는 좋지 않은 본성-일지 문화-가 늘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구)냉전이라고 불러야 할 시대를 지나오면서 군비경쟁이 일어났고, 힘을 가진 나라들은 본인의 영토가 아닌 다른 나라의 영토에서 전쟁을 치뤘다. 그때마다 희생되는 건 죄없는 민간인들과 소위 말하는 '조국'의 명령을 따른 군인들이었다. 


이번 전쟁에서도 러시아군의 상태를 보면 별 반 다를바가 없어보인다. 황당한 얘기로 들리는, 본인이 전쟁터에 왔는지도 모르는 군인들, 연료가 떨어져 탱크를 버리는 군인들. 명분도 부족한 전쟁에서 사람들은 죽어간다. (방금 전, 우크라이나 발 소식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2000명에 이른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인류는 이렇게 밖에 하지 못하는 걸까? 이미 비대해진 권력을 감시할 수 없고, 독재자는 부패하고, 늙어 죽거나 누군가에 의해 암살되거나, 벙커에서 자살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문득 문명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왜 우주에는 우리밖에 없다고 느껴지는지. 어떤 이론에선 인류가 다음 문명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필터'를 지나야 된다고 주장한다. 예를들면, 문명이 번성할 때 까지 운석 충돌이 없을 것 / 블랙홀의 영향권에 없을 것 등. 그리고 어느정도의 문명화와 기술발전이 일어난 뒤에는 이러한 조건이 붙을 수 있다. '행성 자체를 멸종시킬 무기가 발동되지 않을 것'. 만약,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나고, 국가들이 서로 협약을 맺은 핵우산과 상호조약을 지킨다면 핵을 쏘는 순간 지구는 멸망이다. 그러면, 태양계를 지배하거나 은하를 지배할 수 있는 문명은 이렇게 또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정치적으로 인류는 거의 변하지 않은 것 처럼 보인다. 오히려 진보된 기술을 이용하여, 선거를 정책이 아닌 선전으로 이겨서 당선되면 안되는 인물이 정권을 잡거나, 이미 독재자가 된 사람을 건드리기엔 그 벽이 너무 견고해졌다고 느낄 때가 많다. 당장 중국이 그렇다. 요 몇 년 동안 중국의 보이지 않는 위협은 엄청나게 불어났다고 생각한다. 80~90년대의 영화를 보며 홍콩과 대만을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시기를 떠나서)현재에는 내가 기대하는 그 나라의 모습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 전쟁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되간다. 우크라이나가 잘 버티고 있지만, 러시아는 점점 더 많은 군을 투입하고 무차별적인 폭격을 가하고 있다. 너무 슬프다. 우울해질 수 밖에 없다. 나무위키나 유투브를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정보나 나온 건 없는지 찾아본다. 한편으론, 이러한 큰 일에 대하여 사람들이 연대하고, 아직은 이런 일에 화낼 수 있는 사람들이 천지라는 것에 안심한다. 그리고 이 전쟁에 대해 바보같은 언행을 벌이는 대선후보들이 부끄럽다. 


작년에 새롭게 독일의 총리가 된 올라프 슐츠는 이렇게 말했다. '이 전쟁은 푸틴의 전쟁(Putins Krieg)이다.'라고. 여기엔 올바른 명분도 없고, 러시아 시민들도 각 도시에서 반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발 전쟁이 끝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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