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구라파에서
나치전범재판소를 방문했다
법정 600호에서 재판을 받은 열두 명.
열한 명이 처형됐고, 한 명은 음독자살했다
자전거에 치이고 자동차에 치인 채 나는 쓸쓸히
지하철로 내려간다
그리고
그마저도 나를 보는 어색한 시선들이 느껴진다
도시는 이방인을 경계한다
어색한 독일어로 질문을 하면
어색한 영어로 대답이 되돌아온다
회색하늘의 뉘른베르크
콜로세움보다 큰 나치전당대회장
그 옆에서는 자동차경주대회가 한창이다
요란한 모터소리를 들으며 나는 숲속길에 들어선다
유재하의 노래를 들으며 걷는다
조용한 산책길에는
하루살이무리가 나타나 내 앞을 막는다
그곳을 지나갈때마다 나는 손을 앞으로 뻗는다
수백마리가 죽었지만
괜찮아. 너흰 어짜피 내일 다 죽을목숨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