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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Mar 04. 2023

73'Berlinale : 1

어떤 명사는 집단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진다. '베를린'이라는 도시이자 명사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3대 영화제 하나로서 의미를 가질 확률이 높다. 이는 나도 그랬다. 특히, 독일에 관심이 많던 나에게는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처음 한국을 떠나 독일로 올 때, 나는 첫 번째 행선지로 베를린을 선택했다.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이었고, 작년 6월에 독일로 넘어온 이후 8개월 만에 내가 그토록 원했던 영화제를 마주할 수 있었다. 



내가 베를린영화제(Berlinale)에 대해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독일에서 열린다. 2월에 열린다. 다른 국제영화제 (칸/베니스)에 비하여 정치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을 좋아한다. (올해도 역시나 그랬다.) 홍상수를 사랑한다. 그리고 베를린의 (영화감독인) 지인으로부터 들은 말은 : 다른 영화제들에 비해 베를린 영화제는 출품할 때 비싸다는 것. 그들의 정치적 성향을 생각하면 자본주의에 대한 혐오로 인하여 출품비를 안 받을 것 같았는데 (아쉽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그리고 영화비도 장편 기준 한 편 당 15유로 (대략 한화로 2만 원 선)로 조금 비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뭐 어떤가. 한국에 있었다면 영화제만을 위해 베를린에 오는 것을 꿈꾸지도 못했을 텐데, 나는 지금 이렇게 베를린에 와있고 축제를 온전히 즐길 수가 있었는데. 오히려 숙소비를 아낄 수 있었으니 그 값을 온전히 영화 보는 데에 투자할 수 있었고, 결국 나는 단편 5편을 포함하여 총 21편의 영화를 봤다. 그리고 앞으로 브런치에는 4~5편 정도를 기준으로 탐방기 및 감상 편을 올릴 생각이다. 이번글에는 영화제의 각 부문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수상결과 그리고 (궁금해하지 않을) 나의 일정표를 올릴 생각이다. 




포스터


(TMI) 나는 베를린의 독일문화원(Goethe Institut)에서 독일어를 배우고 있었고, 영화제 시즌이 되자 문화원에서 Berlinale관련 간단한 설명회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영화제에서 사람이 나와 설명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문화원에서 일하는 직원이 간단한 소개를 하는 것이어서 (살짝) 실망을 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가 말해준 것 중 이 글에 적을만한 것은 포스터에 대한 것. 이전까지의 베를린영화제의 포스터엔 베를린 시(市)의 상징인 곰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해 23년도 73번째 영화의 포스터에는 곰을 찾아볼 수 없었다. 포스터에는 그 대신, 청중(Publikum)들이 등장한다. 남녀노소, 인종을 가리지 않고 디자인된 것처럼 보이는 포스터가 그것이다. 아마도, 코로나 기간 동안 영화제 자체가 오프라인으로 열리지 못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이번 영화제에서는 '다시' 오프라인으로 모인 '관객'들을 위하여 포스터 콘셉트가 정해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곰도 관객처럼 디자인해서 넣었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부문 간단 설명


Wettbewerb (경쟁부문)


영화제의 심장과도 같은 부문. 여기에서 은곰상(Silberne Bär)과 황금곰상(Goldene Bär)이 뽑힌다. 대략 20편 정도의 영화가 있으며, 심사위원단에 의해 수상이 결정된다. 올해는 특히 하게도 다섯 편의 독일 감독 영화가 올라왔다. 그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페촐트(Christian Petzold)의 신작(<Roter Himmel>)도 있었다. 한국인이 주목할 만한 것이 있었다면, 유태오 배우가 나온 <Past Lives>, 장률 감독의 연출한 <Shadowless Tower>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이 이 부문에 소속되었다는 점 정도일 것 같다.


Encounters (엔카운터 부문)


영화의 또 다른 경쟁부문. 경쟁부문보다는 대중성이 떨어질 수 있으나 신선한 작품들을 내보인다.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혁신적인 영화과 새로움, 다양성을 지향한다고 한다. 올해에는 홍상수의 <물안에서>가 여기에 속했다. 


Panorama (파노라마 부문)


파노라마 부문에서는 젊고, 긴장감 넘치는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선보여진다. 현대의 국제적인 영화들 그리고 정치적인 문제를 다룬 작품들도 이곳에 뽑히는 것 같다. 경쟁부문인 만큼 시상식에도 연관이 되지만, 웬일인지 내 마음에 드는 영화는 없어서 나는 여기에서는 2편의 영화만을 봤다. (<물안에서>, <녹야>)


Forum & Forum Expanded (포럼 부문)


포럼 부문은 파노라마 보다 좀 더 영화의 경계선을 넓힌다. 

(공식 홈페이지 설명) 포럼부문 은 영화 매체의 반영, 사회 예술적 담화, 미적 애착을 의미한다.

여기에 속한 작품들은 영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익숙한 것의 가장자리에 도달하며, 영화가 다시 이해되고 세계와 연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는 현대 및 역사, 아날로그 및 디지털 영화, 설치 예술, 공연 및 음악 등 기여하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이번 영화제에서 나는 이곳에 속하는 영화들은 가장 많이 봤다. (총 6편)


Generation (제너레이션 부문)


여기에는 장/단편 영화가 모두 속했다. 역시나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을 빌리자면, 이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감독과 관객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룬 영화를 다룬다. 세대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극제로서의 영화를 상영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하고, 22년부터 신설되었다고 한다.  이 부문에서는 관객, 예술가, 전문가, 영화 평론가들과 개방적이고 논란이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과중한 부담을 주지 않고 도전적인 영화를 선보였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한 편의 장편과 하나로 묶인 다섯 편의 단편영화를 봤다. 


이 외에도 베를린 특별전(Berlinale Speicial), 고전의 시선(Retrospektiv)등이 있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특별전의 개념으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초청됐다. 아직 그의 연설을 듣진 못했지만 꽤나 감동적이었다는 사람들의 평들이 들어와서 영화제 글을 쓰는 동안 들어볼 생각이다. 아마도, 영화사에 있어서 그만큼 상업영화로서 성공하면서도 질적으로도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든 감독을 없이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영화 중에서는 <A.I>와 <터미널>을 좋아한다. 이미 개봉한 지 오래되었지만 <E.T>와 <미지와의 조우>는 꼭 보고 싶은 마음이다. 


심사위원



<스펜서>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심사위원장으로 선정되었다. 베를린영화제는 이런 면에서 확실히 진보적인 것 같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사람들을 과감하게 '장'자리에 앉히기도 하니 말이다. 

경쟁부문 전체 목록 : 

크리스틴 스튜어트 / 골쉬프테 파라하니 / 발레스카 그리세바흐 / 라두 주데 / 프랜심 마이슬러 / 카를라 시몬 / 두기봉

인카운트부문 목록 : 

엔젤리키 파푸리아 / 데아 클룸베가쉬빌리 / 파올로 모레티


수상 결과 (경쟁부문만)


황금곰상 : <Surl'Adamant(On the Adamant)> 니콜라 필리베르

은곰상_심사위원대상 : <Roter Himmel(Afire)> 크리스티안 페촐트

은곰상_심사위원상 : <Mal Viver(Bad Living)> 조아오 카니조

은곰상_감독상 : <Le grand chariot(The Plough)> 필립 가렐

은곰상_각본상 : <Music> 앙겔라 샤넬렉

은곰상_주연상 : 소피아 오테로 <20.000 especies de abejas>(20,000 Species of Bees)

은곰상_조연상 : 테아 에레 <Bis ans Ende der Nacht>(Till the End of the Night)

은곰상_예술공헌상 : 엘렌 루바르 <Disco Boy>(디스코 보이)


나의 작은 일정표 

18일부터 26일까지 총 9일 동안 23번, 단편 5편 포함 총 21편의 영화를 보았다. 



그럼 총 열흘간의 영화제 기록을 천천히 써보어가려고 한다. E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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