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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Oct 26. 2023

#4 23.10.19~22

10월 19일 목요일

10시로 예정되어있던 Übung(독일의 수업은 보통 Vorlesung[강의]와 Übung[연습]으로 나뉜다. 5ECTS, 그러니까 한국으로 3학점 정도인 수업은 일주일에 강의 1시간반에서 2시간 그리고 교수가 아닌 대학원생이 들어와서 같이 문제를 푸는 연습시간으로 구성된다. 이번 학기에 나는 전공과목을 6개를 듣는데, 한국에서 18학점을 들을 때보다는 시간표가 널널한 느낌이었다. 독일 석사는 학사의 연장선상이라고 해서 수업을 주로 듣게 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만 생각보다 학사일정이 그렇게 빡빡하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중이다.)이 금요일로 밀려서 영어수업을 듣는 친구들과 같이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나는 오후에 천천히 학교에 왔고, Batteriesystemtechnik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교수는 젊은 사람이었고, 이번학기에 수업을 처음 해보는 것이라 약간 긴장되어 보였다. 내가 눈여겨봤던 것은, 그가 이곳 대학에 머무르면서 진행하고있는 논문의 주제가 배터리 시뮬레이션이라는 것. 나 역시 회사에 다닐 때 그것을 했었어서, 아마도 석사 논문을 쓰게 된다면 저 박사(혹은 교수)와 같이 진행을 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사람도 성품이 온화해보이는 것이 컸다. 


그리고 나선 목요일 오후 4시에 정기적으로 열릴 계획이라는 학과의 세미나에 갔다. HILTI라는 파워툴 제조업체에서 사람이 와서 회사 및 제품에 대한 설명, 그리고 본인들의 배터리 테크놀로지에 대해 말했다. 오랜만에 전직장에서 볼 수 있었던 데이터와 그래프들을 보니 반가웠다. 회사를 그만 둘 때쯤 출력이 20C인 제품을 개발한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이 회사가 정확히 그정도의 출력특성을 원했다. (이 역시 마케팅의 숙제였던것...) 여담으로 강사는 나와 동갑인 것 같았고 (09년도에 대학을 다니기 시작한 이력을 확인했다.) 현재는 회사에서 개발팀 부서 중의 하나의 책임자라고 했다. 무언가 기분이 묘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나대로의 커리어패스가 있는 것이니 그걸 믿고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 후엔 미리 약속을 잡아두었던, 시내 중심부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켓 비스무리한 곳에 갔다. 나를 포함하여 모두 이번학기에 새로 만난 4명의 친구들을 만났다. 두 명의 일본인 교환학생과 학사를 시작한 한국인, 그리고 석사를 시작한 이란인이었다. 이렇게 모이면 영어를 써서 말해야 한다. 다행히(?) 일본인 중 한 명이 한국어를 무지 잘해서 간간히 한국어로도 의사소통을 했고, 간단하게 근처 바에가서 술도 한 잔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나와 기숙사와 같은 일본인과 함께 했는데, 사실 나보다 굉장히 어린... 친구였고 교환학생에 대한 기대로 들떠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자신이 겪은 것에 대한 실망도 있었다. 1년이란 시간동안 독일에 있는다고 말해서, 중간중간에 돈 아껴서 여행도 다니고, 여러가지를 체험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줬다. (숙소 관리인에 대해서는 악평을 했고, 나도 그것에 동의했다.) 기숙사로 돌아와선 원래 좀 더 늦게자려고 했는데, 연습수업이 영어과정이랑 겹쳐져서 금요일 아침에 열리는 바람에 내일 오후에 베를린에 갈 짐을 후다닥 싸고 잠들어버렸다. 


10월 20일 금요일 ~ 22일 일요일

아침에 연습문제 풀이를 듣고, 헐레벌떡 중앙역 근처로 가서 베를린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어제 만났던 이란인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북유럽 메탈밴드 공연을 보러가려고 쾰른으로 향했다.) 바이로이트에서 내가 살던 베를린까지의 거리는 약 서울과 부산 정도. 그래서 버스로 대략 4시간 반을 달려서 4시가 다 되어서야 베를린에 도착했다. 1년을 조금 넘게 산 나의 독일 첫 도시답게,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뭔가 고향집에 온 느낌이 들었다. 시골에 있다가 대도시에 오니 좀더 흥겨워지기도 했다. 더럽다고 투덜댔던 지하철이 왠지 푸근해보였으니까... 나는 조용한 걸 좋아하지만, 어쩔 수 없이 도시에 매력에 끌리는 타입인 것 같다. 이날은 저녁에 한국인 친구 B를 만나는 일정이 있었고, 원래 훠궈집에 가려고 했지만 자리가 없는 바람에 라멘을 먹었다. 그 후엔 멕시코느낌이 나는 바에 가서 술한잔을 (나만)했고, 오랜만의 근황을 나눈뒤에 헤어졌다. 



토요일엔 베를린에 온 이유인, 나의 남은 베를린 짐을 바이로이트로 보내기 위하여, 내 짐을 맡겨둔 또 다른 한국인 지인 L이 사는 쉐어하우스에 일찍부터 나갔다. 약 1개월동안 그 집에 고이 모셔져 있었던 나의 두 박스를 바이로이트로 보내고 난 뒤, 근처의 번화가로 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좀 샀고, L과 그의 남자친구와 함께 쉐어하우스 근처의 베트남음식점에서 밥을 먹었다. 둘은 음악전공인데, 아직 입학할 학교를 찾지 못했다. 어떤점에선 독일에서의 공대입학이 언어를 C1정도를 따야한다는 점에서 힘들지만, 그것만 도달한다면 (그리고 수능성적이 나쁘지 않다면) 입학은 어렵지 않은 반면, 음악/미술같은 예체능은 언어가 B1정도로 수월하지만 오히려 실기가 중심이기 때문에 독일에와서도 계속 연습을 하면서 시험도 여기저기 보러 다녀야 해서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서 좀 쉬다가, 저녁에는 어학원에서 만난 일본인 S를 만나러 나갔다. 그녀 역시 이번 학기에 베를린 자유대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했고(독일문화), 학기 초반을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메뉴는 S가 먹고싶다고 했던 치킨. 제 3자가 봤을 때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독일어로 의사소통하는 모습이 정말 이상하지만... 우리에겐 그것밖에 방도가 없었다. 그리고 나의 독일어도 이때가 가장 편하고 잘 나오는 것 같다. 서로 실력도 비슷하고 아는 단어 수준도 비슷해서 뭐라고 말하는지 서로 이해가 편했고... 일종의 어학원 동기면서도 독일에서 학업을 시작한 외국인이라는 포지션도 비슷했으니. 저녁을 먹고선 근처의 천문대로 향했다. 마침 토요일이 100주년이라 나와 S모두 오늘 입장료가 공짜라는 것을 알아서 내린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줄이 엄청 길었고, 행사는 보지 못한 채 그냥 천문대 건물에만 들어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 같이 있지 못했던 세르비아인 M에게 전화를 걸어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베를린에 있다가 세르비아에 돌아갔고, 현재는 할머니와 같이 살면서 고향집을 고치고 있다. 그 역시 베를린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일이 빨리 끝나서 언젠가 셋이서 볼 날을 기대했다. 토요일은 이렇게 끝났다. 



일요일은 호텔의 조식을 먹고 다시 버스를 타러 갔다. 9시 20분 차를 타고 바이로이트에 도착한 건 2시 반 정도. 중앙역에서 간단히 빵을 사먹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서울-부산을 2박만 하고 왔고, 48시간도 안되서 버스만 9시간 탔더니 허리가 아팠다. 침대에 누워서 요양을 좀 하고 있다가, 저녁으로는 뮌헨에 갔을 때 사왔었던 짜파구리를 해먹었다. 월요일엔 또 아침 8시 수업이라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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