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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Jun 19. 2019

<패터슨, Paterson 2016>

패터슨市에는 패터슨氏가 살고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반복 

아침 6시 15분에 기상. 콘프레이크를 먹고 출근. 같은 길을 따라 걸어가고, 버스 출발 전 동료와 이야기를 나눈다. 23번 버스를 몰고 같은 길을 오간다. 마치 이건 나(혹은 모두의)의 삶과 같잖아? 


나 역시 6시 15분에 일어나고, 출근버스를 탄다.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하고 점심을 먹고 들쭉날쭉한 퇴근을 한다. 그리고 9시 정도엔 보통 방에 존재한다. 


#징후들

아내가 쌍둥이 이야기를 꺼낸다. 그 뒤로 그의 눈엔 짝을 이룬 것들이 눈에 띈다. 벤치에 앉아있던 쌍둥이 남자 노인. 퇴근 후 간 술집에서 만난 친구와 그와 꼭 닮은 그의 동생. 


운전 중 밖에서 마주친 쌍둥이 어린아이들과, 어느 날 집에 가는 날 마주친 열 살 꼬마 시인과 그녀의 쌍둥이 동생. 어떤 말은 잔상처럼 남아 눈과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 



#랩을 하는 남자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곳이 곧 자신의 작업실이라는, 코인 세탁소에서 마주친 랩 하는 남자. 패터슨은 그와 자신을 동일하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시를 쓴다는 것은 랩을 하는 것과 비슷하니까. 


#변주

승객들의 대화 / 바깥의 풍경(내지는 모습) / 자고 일어났을 때의 그와 아내의 자세 / 아내가 말하는 꿈 이야기 혹은 대사 / 아침과 달라진 집의 모습 / 동료의 근심거리 


#패터슨市의 위대한 인물들

패터슨 시에 사는 사람들은 패터슨 시에서 태어나거나 스쳤거나 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누가 여기에 살았어. 이런 일이 있었어. 


그러니까 패터슨 시는 누구라도 위대해질 수 있는 도시이고, 우리의 주인공인 버스기사 패터슨도 위대한 시인이 될 수 있다. 



#목요일과 금요일

목요일엔 그가 처음으로 위를 올려다본다. 침대 위를 올려다본 풍경과 매번 가던 출근길을 올려다본다. 금요일엔 침대에서 일어났는데 아내가 없었다. 


이는 목요일에 술집 주인이 그의 아내와 싸우는 장면과 연결이 되는 것 같다. 술집 주인과 그의 아내는 만나서 싸우지만, 패터슨과 그의 아내는 부엌에서 만난다. 


그리고 그 날 버스가 고장 난다. 


#흑백의 이미지

패터슨의 아내는 흑과 백으로 된 사물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커튼과 카펫과 컵케이크. 그것들은 물방울무늬를 띄기도 하고, 도넛 모양과 소용돌이 모양을 품기도 한다. 

이것은 일종의 이미지 겹침으로 보이는데, 패터슨이 흰 종이에 검은 글씨로 시를 쓰는 것과 비슷하다. 한쪽은 텍스트로 한쪽은 이미지로. 



#그러니까 결국은

큰 틀에서 그의 하루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상은 매우 다르다. 그가 마주치는 장면들이 다르고 느끼는 것이 다르니, 그가 쏟아내는 시도 매일 다를 수밖에 없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패터슨의 삶을 따라가면 거기에는 기승전결과 희로애락과 정반합, 서파급이 있다. 꼭 삶이 삶의 운율에 맞지 않아도 괜찮다. 그쪽이 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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