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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Aug 04. 2019

<지구 최후의 밤, 地球最后的夜晚 2018>

*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단상과 시네마톡에서 들은 내용을 정리


-. 몽환적인 영화였다. 앞부분은 남자 주인공의 현실과 과거 기억을 넘나드는데, 솔직히 조금은 졸렸다. 서사가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거에 만났던 여자에 관한 기억을 흐릿하게 따라가기 때문이다. 


-. 영화에서 뤄홍우가 삶의 순간순간 지난 기억을 더듬는 모습은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과 같다. 그것을 영화로 보았기에, 영화 초반에는 아직 그를 이해하지 못했기에 초반부의 서사적 흐름을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 영화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눌 수 있는데, 1부는 뤄홍우가 현실과 자신의 기억 속을 헤맨다면, 2부는 그의 꿈속으로 들어간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1부의 장면들이 현실과 과거의 기억을 교차로 나타내는 방식을 선택했다면, 2부는 한 개의 롱테이크로 구성됐다. 2부에는 졸림 틈 없이 영화에 집중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을 다룬 1부보다 꿈을 다룬 2부가 더 생생하게 다가온 것이다.



-. 2부를 보면서는 끊임없이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 생각났다. 꿈은 어디까지나 꿈을 꾸는 당사자가 보고 듣고 느낀 것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것이 나타나는 방식은 아주 다양하다. 같은 재료로 다른 음식이 나오듯이 말이다. 2부의 장면 장면은 모두 1부에서 뤄홍우가 관객에게 준 재료로 구성된다. 감독이 1부의 재료를 어떻게 2부에서 요리했는지 보는 재미가 있었다. 


-. 영화가 끝나고 이동진평론가가 진행하는 시네마톡 시간이 있었다. 보통 라이브톡은 화요일이나 수요일(평일의 중간)에 진행했는데, <지구 최후의 날>은 금요일 7시 영화가 끝나고 진행됐다. 그래서 나는 한편으론 좋으면서 왜 금요일에 하게 되었을까를 생각했다. 결론은 이동진평론가가 이 영화를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을 만큼 너무 좋아서였다...


-. 2부의 장면은 3D로 촬영됐다고 한다. 그래서 2부를 볼 때는 본래 3D 안경을 끼고 좀 더 입체적인 장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것 역시 감독이 의도한 바. 사람들에게 ‘꿈’에 대한 질감과 촉감을 더 생생하게 전해주기 위함이었다. 



-. 비간 감독은 영화감독임에 동시에 시인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영화 안에 녹아 있는 레퍼런스들은 영화 쪽에만 국한되지 않았다고 했다. 2부에서 주인공이 하늘을 나는 장면은 샤갈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고, 영화의 작법은 패트릭 모디아노의 소설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과 한국의 영화 제목인 <지구 최후의 밤>도 로베르트 볼나뇨의 소설 제목에서 따왔다고.


-. 여자주인공으로 분한 탕웨이는 극 중에서 두 가지 역할을 맡았다. 한 가지는 현실에 존재하는 ‘완치원’이고 또 하나는 2부의 꿈에 등장한 ‘카이렌’이다. 현실의 ‘완치원’은 비밀스러운 사람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는 여자다. 과거와 꿈속에만 존재하는 사람이다. 


한편 ‘카이렌’은 꿈속의 여자다. 그토록 뤄홍우가 찾던 완치원의 얼굴을 한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행동은 완치원을 향해있다. 노래를 부르고 싶고, 지금 일을 그만두고 여관을 차리고 살고 싶어 한다. 종단에 그녀는 뤄홍우와 함께 회전하는 집에서 키스를 한다. 그가 간절히 지친 하루에 끝에서 완치원을 만나면 이루고 싶었던 그의 바람이 투영된다. 


-.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은(내가 생각할 때) 뤄홍우이며, 그가 지독하게도 기억하는 세 사람에 대한 것으로 점철되어 있다.

1) 비밀스러운 밀애를 나누고 사라진 완치원 

2) 그가 어렸을 때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 집을 불태우고 도망간 어머니 

3) 그의 어렸을 적 둘도 없는 친구였던 백묘



-. 2부의 꿈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뒤섞인다. 2부 시작에서 만난 수상한 꼬마는 ‘어린 백묘’임과 동시에 낙태를 하지 않았다면 있었을 ‘완치원과 자신 사이의 아들’이었을 것이다. 횃불을 든 미친 여자는 백묘 어머니의 얼굴을 한 자신의 어머니를 투영시킨 존재다. 이렇든 1부에서 나온 흔적들을 2부에서 찾아 대응시키는 것은 끝도 없이 이뤄질 수 있다. 


-. 이동진평론가는 이 영화가 ‘영화’ 자체에 마치는 ‘찬사’라고 말했다. 동시에 <지구 최후의 밤>이 일종의 메타 영화라고도 했다. 영화 속에서 남자가 끊임없이 찾는 완치원을 ‘영화’로 대체해도 그 속성이 유지된다. 


또한 극 중에서 일어나는 마법 같은 장면을 시퀀스의 연결로 가장 영화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그 밖에도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온전히 옮기지는 못했다.) 영화는 결국 거짓말이지만, 많은 이들이 그것에 매력을 느끼고 좋아한다.



-. 영화에서는 ‘물’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킨다. 물이 주는 안정감 또는 일렁임으로 예전 기억에 대한 질감과 느낌을 관객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영화에서는 ‘불’또한 중요한 매체인데, 담배/횃불/폭죽으로 표현된다. 담배는 완치원과 자신이 계속해서 피우는 것. 그것의 속성은 점멸 혹은 끊김이다. 횃불은 강렬함이다. 그리고 지속적이다. 폭죽은 일시적이다. 하지만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폭죽은 끊임없이 탄다. 그래서 폭죽은 영화의 마법을 설명한다. 


-. 나는 시네필까진 못 되어서, 비건 감독이 본 영화를 만들 때 어떤 영화를 레퍼런스로 취했는지 잘 몰랐다. 그러나 그의 영화 곳곳에는 예전 영화들의 모습이 보인다고 들었다. 극 중 탕웨이가 입고 나오는 짙은 녹색의 옷이 참 매력적이었는데, 그것은 히치콕의 <현기증>에 나오는 여주인공이 입는 옷과 비슷한 것이라고.


 한편 왕가위의 영화에도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2부가 하나의 롱테이크로 찍은 것이 <버드맨>과 유사했다. 주인공이 과거(여인이나 영광)를 찾기 위한다는 스토리도 비슷했고. 


-. 나도 내가 무슨 글을 썼는지 모르겠다. 서사가 아니라 작법이나 표현 그리고 의미가 중요한 영화는 그것에 대한 글을 쓰기가 힘들다. 아마도 그것의 영역은 ‘감상’보다는 ‘미학’의 영역에 있어서 그런 것 같다. E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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