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법 이야기
슬픈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위에서 이야기한 (1) 글을 다시 한번 읽어 보겠습니다.
(1)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1) 글은 총 여섯 단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for(~를 위해)], [sale(판매)], [baby(아기)], [shoes(신발)], [never(결코 ~ 않다)], [worn(착용된, wear의 변형)].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 여섯 단어들은 다시 세 그룹으로 묶을 수 있습니다. 친절한 문장부호가 보이나요? 첫 그룹은 [For sale(팝니다)]로 바로 뒤에 콜론(:)이 있습니다. 두 번째 그룹은 [baby shoes(아기 신발)]이고 바로 뒤에 쉼표(,)가 있습니다. 마지막 그룹은 [never worn(신은 적 없음)]이며 마침표(.)로 끝납니다. ‘팝니다,’ ‘아기 신발,’ ‘신은 적 없음.’ 이렇게 의미와 문장부호에 따라 자연스럽게 여섯 단어를 두 개씩 세 그룹으로 묶을 수 있습니다.
이 장 처음에 언급했듯이 이렇게 하나의 단어, 또는 몇 개의 단어가 묶인 단위를 우리는 ‘의미의 덩어리(meaningful chunk)’ 또는 ‘구(句, phrase)’라고 부릅니다. 저는 앞으로 ‘구’라는 표현보다 ‘의미의 덩어리’라는 말을 많이 사용할 예정입니다. ‘의미의 덩어리’가 길기는 하지만 더 친숙한 단어여서 여러분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우리는 한국어 문장을 듣거나 읽으면 직관적으로 의미의 덩어리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판단할 수도 있고, 때로는 헷갈리는 경우도 있지만 말입니다.
물론 모든 의미의 덩어리 사이에 문장부호를 쓰지는 않습니다. (1) 글이 보통 우리가 쓰는 일반적인 문장도 아니고요. 하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1) 글을 위와 같이 끊어 읽거나 말합니다. 이를 직관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직관적’이라는 표현은 깊이 고민하지 않고, 오래 판단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즉시 알 수 있을 때를 뜻하는 말입니다.
(2) pretty boys and girls
(3) [pretty boys] and [girls]
(4) [pretty [boys and girls]]
영어 모국어 화자들은 직관적으로 (2) 표현이 (3)과 (4)의 두 가지 의미의 덩어리 묶음으로 이해합니다. (2) 표현이 (3)과 같이 [pretty boys]와 [girls]라 묶여 예쁜 소년들과 (그냥) 소녀들’이란 의미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또는 (4)처럼 [pretty boys and girls] 안에 [boys and girls]가 쏙 들어가서 ‘예쁜 소년들과 예쁜 소녀들’로 이해될 수도 있죠. (4)은 마치 러시아 인형인 마트료시카 같습니다. 실제로 (4)에서 처럼 의미의 덩어리 안에 의미의 덩어리가 있고, 그 의미의 덩어리 안에 또 다른 의미의 덩어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 학교나 학원 선생님에게 문장을 끊어 읽으라고 배운 기억이 있나요? 아마 그런 기억이 있다면, 끊어 읽는 그 부분이 바로 의미의 덩어리가 나뉘는 부분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의미의 덩어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오래된 연구가 있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여러 문장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문장에 있는 단어와 단어 사이에 딸깍하는 소리를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문장들을 들으며 사람들은 그 딸깍 소리를 찾아야 했습니다. 딸깍거리는 소리는 정해진 규칙 없이 단어들 사이 아무 곳에서나 들렸죠. 때로는 의미의 덩어리와 의미의 덩어리 사이에 딸깍 소리가 나기도 했고, 때로는 의미의 덩어리 안에 딸깍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람들은 문장 속에 있는 딸깍 소리를 어떻게 들었을까요?
놀랍게도 무작위로 단어들 사이에서 나는 딸깍 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요한 의미의 덩어리 경계 사이에 있는 소리를 의미의 덩어리 안에 있는 소리보다 더 잘 파악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의미의 덩어리 안에서 딸깍 소리가 들리는 경우에 때로는 의미의 덩어리의 경계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고요. 즉,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의미의 덩어리와 의미의 덩어리 사이를 끊어서 문장을 들은 것입니다.
이처럼 영어 모국어 화자들은(우리 한국어 모국어 화자들이 한국어를 들을 때처럼) 수없이 나열된 영어 단어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존재하는지, 더 가깝고 긴밀하게 연결된 단어들과 더 멀고 동떨어진 단어들이 무엇인지, 그래서 결국 영어 문장들이 어떤 식으로 의미를 만들어가는지 직관적으로, 느낌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미의 덩어리를 나누는 문법 지식(knowledge of language)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영어를 외국어로서 학습하고 있는 우리는 이런 규칙을 배워나가야 합니다. 다행인 점은 저와 여러분 모두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로 이루어진 문장은 의미의 덩어리로 단어들을 묶어 손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죠. 그래서 우리가 영어 문장의 의미의 덩어리를 나누는 데 있어서 한국어를 잘한다는 점은 큰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갈 길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영어 문장 속 단어들의 우리말 뜻을 어느 정도 알게 된다고 해도 의미의 덩어리를 어떻게 묶어야 하는지, 그래서 문장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파악하기는 간단치 않습니다. 다행히도 학자들은 의미의 덩어리를 판단할 수 있는 테스트를 몇 가지 개발했습니다.
(5) The girl found a cat.
(5) 문장에는 어떤 의미의 덩어리가 있을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한 첫 번째 테스트는 질문의 답변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6) What did the girl find? - A cat.
(7) Who found a cat? - The girl.
(6) 질문은 ‘그 소녀가 발견한 것은 무엇인가요?’이고, 이에 대한 답변은 [A cat(고양이 한 마리)]입니다. (7) 질문은 ‘누가 고양이 한 마리를 찾았나요?’라는 뜻이고, 이에 대한 답변은 [The girl(그 소녀)]입니다. (6), (7)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우리는 (5) 문장에서 [The girl]과 [a cat]이 의미의 덩어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에 (5) 문장을 [girl found]라던가 [found a]와 같이 묶을 수는 없습니다.
두 번째 테스트는 대신하는 말로 바꿀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대신하는 말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장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8) She found it.
(9) The girl found a cat and the boy did too.
(8) 문장은 ‘그녀는 그것을 찾았습니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she(그녀)]는 (5) 문장의 [The girl]을 대신하는 말이며, [it(그것)]은 (5) 문장의 [a cat]을 대신하는 말입니다. (9) 문장은 ‘그 소녀는 한 고양이를 발견했고 그 소년도 그렇게 했습니다.’라는 의미로 [did(했다)]라는 말이 (5) 문장의 [found a cat]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다만 (9) 문장에서 아마도 소년은 소녀가 발견한 고양이가 아닌 또 다른 고양이를 발견했을 겁니다.
위 두 가지 테스트로 우리는 (5) 문장에서 [The girl], [a cat], 그리고 [found a cat], 이렇게 세 개의 의미의 덩어리들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found a cat] 속에 [a cat]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은 위에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를 떠올리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단어가 모여 의미의 덩어리를 이루고, 그 의미의 덩어리가 모여 문장을 이루기까지를 함께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와 의미의 덩어리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각각의 단어와와 의미의 덩어리를 어떻게 나누고 구분해야 하는지, 그래서 문장은 결국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명사’라던가 ‘동사,’ ‘형용사’와 ‘부사’ 같은 말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던 ‘주어’와 ‘서술어’ 등등, 여러분들이 많이 들어왔던, 그러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는 애매한 그런 개념들에 관해 이야기해 나가야 합니다.
지난 장에서 언급했듯이 문법의 규칙성은 견고하지 못합니다. 수많은 예외가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말하고 써야 한다는 법률 같은 문법을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불완전한 인간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사용해 오고 있는 말이 어떤 식으로 쓰이는지 관찰하고 정리한 것을 알아가는 것뿐입니다. 다음 장에서 다루게 될 ‘품사’와 ‘문장의 구성요소’ 역시도 한 마디로 딱 떨어지는 개념이 아닙니다. 이상하게 쓰이는 단어들도 있고, 고개를 갸우뚱할 표현들도 많습니다. 편안하고 열린 마음으로 읽어나가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