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바꾸셨네요? 얼마 주고 사셨어요? 요금제는요?" "10만원 주고 샀어." "비싸게 사셨네요. 저는 공짜예요~" 100만원이 넘는 핸드폰을 10만원 주고 샀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것도 비싸게 샀다고 놀림을 받는다. 10만원에 사기 위해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가장 싼 곳에서 구매를 했지만 그보다 더 싸게 산 사람도 존재한다. 물론 기계값뿐만 아니라 요금제 등 여러 가지 계약조건들을 따져 봐야 하겠지만 같은 제품을 구매하는데도 구매가는 제각각이다. 어떤 제품을 사더라도 판매처에 따라서 제품 가격이 조금씩 다르지만 핸드폰만큼 가격차이가 큰 것들이 있나 싶다. 그래서 나는 핸드폰을 바꾸게 되면 누가 물어봐도 얼마 주고 샀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구매가를 말하는 순간 호갱 소리 듣기 십상이기 때문이다.이미 구매를 했는데 호갱 소리를 들으며 기분 상하고 싶지 않다.
'현금 60만원 지원', '최대 100만원 지원' 동네 통신사 대리점 앞을 지나다 보면 이런 문구를 많이 보게 된다. 인터넷, TV와 결합하면 지원금을 준다는 것이다. 마침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인터넷과 TV가 필요했고 핸드폰도 액정 터치가 안되고 기존 약정도 끝나는 시점이라 몇 군데 알아보았다. 지금까지 핸드폰을 살 때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 두 군데 정도 둘러보고 싼 곳에서 구매했었는데 이번에는 7군데나 둘러보았다. 현금 60만원, 현금 +상품권으로 60만원, 현금+상품권 80만원, 90만원, 현금 100만원 등 지원금도 다양하고 위약금도 내준다는 곳도 있다. 단순히 지원금 만으로는 어디가 가장 싼 지 판단하기는 힘들다. 이것저것 빠지고 남는 기계값도 다르고 사용해야 하는 요금제도 다르고 약정기간도 다르다. 둘러볼수록 점점 미궁으로 빠진다. 어느 집이 가장 싼 곳인지 계산이 잘 안된다. 헷갈리기 시작한다. 마트에서 묶음 상품 살 때와 비슷하다. 이쪽에서는 2개 1,000원이고 저쪽에서는 3개 1,000원이라서 3개 1,000원짜리를 살려고 보니 2개 1,000원짜리는 개당 500g이고 3개 1,000원짜리는 개당 300g이라서 따지고 보면 3개 1,000원짜리가 더 비싸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트에는 g당 가격도 같이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핸드폰을 살 땐 그런 비교가 어렵다. 역시 여기저기 둘러보고 구매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시간만 뺏기고 피곤하기만 하다. 세네 군데쯤 돌면서 설명 듣다 보니까 설명 듣는 것도 귀찮다. 다 아는 내용 들이다. 속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서는 나한테 얼마 줄 수 있죠? 그것부터 말해봐요.'
이번에 핸드폰+인터넷+TV를 알아보면서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1. 이 집 저 집 둘러봐도 모두 현금을 준다고 한다. 그냥 처음부터 싸게 팔면 안 되나?
2. 저렇게 현금으로 지원금을 준다는 말은 그렇게 해도 남는 장사란 말인데 그냥 처음부터 싸게 팔면 안 되나?
3. 어디서든 똑같은 가격으로 살 수는 없을까?
차를 살 때도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 큰 일(?)을 하나 처리해서 후련하다. 앞으로 2년 정도는 맘 편히 지낼 수 있으니 마음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