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화타 삼 형제)
회사에서도 이런 일은 얼마든지 있다. 동일한 수준의 프로젝트 업무를 진행하는데 A라는 사람은 문제가 될만한 것들을 사전에 검토하고 짚고 넘어가서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 B라는 사람은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프로젝트 진행 중에 자꾸만 문제가 불거지고 사내에 이슈가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 때로는 여러 팀과 미팅을 하기도 하면서 이슈를 해결해 나간다. 이렇게 이슈가 되고 미팅을 하다 보면 B가 진행하는 업무가 어렵게 느껴지고 회사차원에서 중요한 업무로 사람들 머릿속에 인식되기도 한다. A는 일도 더 빨리 처리하고 문제없이 끝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관여될 일이 상대적으로 적고, 그러다 보니 A가 무슨 일을 하지 사람들이 잘 모르게 되고 A가 하는 일은 쉬워 보이고 A의 존재감은 줄어든다. 반면에 B에 대해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고 B가 어려운 업무를 하고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심지어 A는 B보다 더 많은 일을 문제없이 처리하지만 티가 안 난다. 화타의 큰 형과도 같다. B보다 뛰어나지만 기억되지 않는다. 미리 예방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 고용됐는데 문제 해결을 하지 않으니 그 사람이 아니고 누구를 앉혀놔도 문제없을 것처럼 느껴진다. A의 진가는 그가 자리를 비워서 다른 누군가가 그를 대신할 때 드러난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없다면 A의 진가는 묻혀버릴지도 모른다.
신입사원 때 들었던 말이 있다. 어떤 요청을 받았을 때 그 일을 끝냈더라도 바로 완료하지 말라는 것이다. 요청기한이 다가와서 상대방이 그 자료를 필요로 하는 정도가 커질 때, 단 요청기한보다는 늦지 않게, 그 타이밍에 완료하라는 것이다. 내게 그 말을 한 분은 요청을 받으면 항상 안된다고, 못한다고 소리를 높이다가 선심 쓰듯 일을 처리해주고 여기저기 생색을 내고 다닌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일도 아주 심각한 일인 것처럼 포장해서 이슈화 시키고 이미 해결책이 나와 있는 것도 이슈화 시킨 다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멀쩡한 사람도 죽어가는 사람으로 만들어서 자신이 화타인 것처럼 살려낸다. 내가 지금껏 본 사람 중에선 티 내면서 일하기 일인자다. 그 내막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욕하기도 했지만 그는 누구보다 진급이 빨랐다. 그리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물론 실력도 뒷받침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그분은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는 것보다 보통 환자를 죽어가는 환자로 포장하는 능력이 더 뛰어난 사람이다. 회사에서 화타처럼 이름을 남기고 싶고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이 분처럼 일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아마도 화타가 그의 큰 형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어 들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