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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릴라 Feb 04. 2021

아빠가 되는 아들에게

15개월 아들을 보며 미리 쓴 편지

낮잠을 자고 일어난 너에겐 케첩 냄새가 났어. 땀에 젖은 머리와 빨개진 볼로 나를 보는 너에게서 새콤 달달한 냄새가 났어. 난 그 냄새가 좋아서 네 머리에 코를 대고 킁킁댔지. 너는 킁킁거리는 내가 재밌는지 까르르 웃었어.


보통은 엄마, 아빠란 말을 먼저 한다는데 넌 그렇지 않았어. 우리가 키우는 고양이 복이를 제일 먼저 알아봤지. 단어를 하나씩 말하기 시작했는데도 엄마를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알 수 없어 애가 탔단다. “복이 어딨어?”라고 물으면 정확하게 잘 가리키면서 “엄마 어딨어?” 에는 답을 안 했거든.


어느 날 갑자기 내 무릎 위에 안겨 있던 네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엄마.”라고 말했어. 난 ‘엄마’라는 말이 그렇게 좋은 말인지 처음 알았어. “그래. 내가 네 엄마야. 그래. 엄마가 엄마야.” 이 말을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네가 나를 엄마라고 불러준 그 날 참 행복했어.


매일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었어. 네가 특별한 이유 없이 계속 안아달라고 우는데 내 몸과 마음이 그럴 여유가 없는 때가 있었어. 난 힘든데 넌 울고, 난 더 힘들고, 넌 더 울고. 악순환의 반복이었어. 딱 5분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마음을 가다듬고 너를 달랠 수 있을 것 같은데 집엔 우리 둘 뿐이었고, 너와 떨어져 있을 수는 없었어.


나는 너에게 소리 질렀지. “도대체 어쩌라고!” 넌 내 고함에 놀라 더 울면서 나에게 매달렸어. 나에게 매달리는 너를 안고 나도 같이 울었어. 힘든 하루가 지나고 밤이 되면 나는 너에게 미안해서 혼자 또 울었단다.


우리는 늘 함께였어. 때론 내가 화장실을 가는 것도 넌 허락하지 않았지. 같이 자고, 같이 일어나고, 같이 웃고, 같이 울었어. 행복하고 때로 힘들었고 또 행복했어.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했어.


이제 곧 부모가 되는 너에게 알려주고 싶었단다.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너의 어린 시절을. 네가 얼마나 사랑받았었는지를. 너와 내가 얼마나 사랑했었는지를. 나는 너를 키우면서 늘 궁금했었거든. ‘나의 엄마도 나를 이렇게 사랑했을까. 나도 아기일 때 이렇게 사랑스러웠었을까. 나도 이렇게 사랑받았을까.’ 이런 것들이.


나는 너를 정말 사랑했어. 너는 아기일 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웠고 정말 많이 사랑받았다는 걸 알아줘.


나만 간직하고 있던 그 시간을 이렇게 너에게 나눠준다. 이제 아빠가 되는 너에게 주는 내 선물이야. 너무 소중해서 나만 간직하고 싶었던 너의 아기 시절의 조각들. 네가 기꺼이 받아준다면 고맙겠구나. 부모가 된 걸 축하한다. 나의 아들아.


여전히 너를 가장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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