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인천공항

by 낭만 언니


2.21 일

아!

누군가 뒷머리를 꼬집는 것 같았다.

불규칙적, 간헐적 둔통이 생겼다.

친정엄마와 점심을 먹다 말고,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대기음이 길어졌다.

끊을까 하는데

자다 깬 목소리가 들렸다.

- 여보세요

- 자니?

비몽사몽인지 대답이 부실했다.

- 더 자.



2.23 월

오른쪽 뒷머리에 번개가 쳤다가 꼬집었다가 난리다.

뒷골 땡긴다는 게 이런 건가 싶다.

혈관을 비틀었다 풀었다 하는 것 같다.

밥 먹을 때도, 이야기 중에도, 운전할 때도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다.



2.24 화

아침부터 하늘이 무겁고 흐렸다. 으슬으슬한 바람까지.

잠자기 딱 좋은 날씨네

오후가 되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진눈깨비? 눈? 비?

두 시가 넘어가자 커다란 눈송이가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하얗게 쌓이기 시작하는 눈.

비상등을 켜고 기어가는 자동차가 보인다.


KakaoTalk_20260226_085650920_01.jpg


여전한 뒷골 땡김.

1분 사이에도 몇 번이나,

아니 몇 초 사이에도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통증이 왔다.

아프다고 하긴 애매한데 불편하고 순간 얼굴이 찌푸려진다.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낮은 신음소리까지.

목을 주물러 보고, 주먹으로 때려도 보았다.



집으로 가는 길.

눈으로 뒤덮힌 차.


운전석에 앉으니

앞 유리도 뒷유리도 눈이 가득이다.

이글루? 얼음집?

눈으로 만든 집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KakaoTalk_20260226_085650920.jpg


시동을 걸고 창문에 열선을 켰다.

거센 눈발에 앞도 잘 보이지 않고,

속도도 낼 수 없었다.


KakaoTalk_20260226_085650920_02.jpg


겨우 도착한 집.


바퀴 빠진 커다란 트렁크,

오래 써서 부서지기 일보 직전인 트렁크

크고 작은 비닐팩

널부러진 옷가지

세면도구

노트

충전기

케이블

노트북

애착 인형.


아들은 저녁 내내 거실과 방을 오가고 있다.


- 도와줄까?

- 혼자 해도 돼.


물끄러미 바라보다 저녁을 차렸다.

어수선한 거실을 뒤로 하고 식탁에 앉았다.

다들 말이 없다. 밥그릇만 내려본다.


얼추 갖고 갈 것들과 남겨 둘 것들을 구분하고,

트렁크를 챙기니 넣으니 얼추 10시다.


- 마음이 어때?

- ….

- 걱정은 안 돼?

- ….

- 엄마는 걱정이 좀 많이 되는데.

- 걱정…. 하지마.


걱정도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

아들의 마음이 어떤지 궁금했다.


걱정이 많은지

주눅이 들진 않는지

부담은 없는지

….


걱정하지 말라는 아이의 말에 울컥했다.


- 엄마, 어디 아파?

- 아니.

- 말하면서 계속 인상 쓰는데.

- 아, 머리가 좀 ….

- 엄마, 병원 가야겠다. 꼭 가.

- 내일은 8시 전에 집에서 나가야 되는 거 알지. 너무 늦게 자지 말고.


아들과 짧은 포옹을 했다.



2.25 수

7시.

칫솔을 물고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웠다.


7시 40분

트렁크 하나. 백 팩 하나. 크로스백 하나를 들고 집을 나섰다.

KakaoTalk_20260226_085428380_01.jpg
KakaoTalk_20260226_085428380_02.jpg


인천공항까지 5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공항에 들어서니 2시 20분.

때마침 열린 타고 갈 항공사의 수속 카운터. 무게를 재고 짐을 부쳤다.

- 심심해서 어쩌지?

- 전화하면 되지.

- 매일 연락해, 알겠지.

- 매일은 모르겠고, 자주 하께.

- 도착하면 바로 연락해.

- 알았다고


평소 사진 찍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두 아들이

오늘은 먼저 찍자고 자세를 잡는다.


몇 장의 사진을 남기고

공항 속으로 사라지는 아들.


너무

섭섭하다.

허전하다.


평소 감정 표현도 없고,

무뚝뚝한 큰아들 입에서 나온 투정에

눈가가 달아오른다.


집으로 돌아오는 5시간 남짓.

생전 보지 못한 아쉬운 표정의 큰아들은 낮은 한숨이 늘었다.


한동안 ‘아들’은 금지어다.


흔한 당부,

뻔한 조언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부디 아푸지 말고 잘 살아라!


KakaoTalk_20260226_085502277.jpg


목요일 연재
이전 01화낭만 사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