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는 산울림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나는 산울림의 광팬이었다. 산울림의 노래는 전통적 형식과 내용을 파괴하는 혁신이었고, 일상을 표현하는 신선한 바람이었다. 지금도 나는 산울림 노래를 즐겨 부른다.
산울림은 김창완의 삼 형제가 결성한 록밴드로 1977년 제1집 <아니 벌써>를 발표한 후 꾸준히 앨범을 냈고, 1981년에 7집을 발표했다. 7집은 타이틀곡 <가지 마오>와 <독백>, <청춘>. <하얀 달> <노모> 등이 있는 앨범이고, 슬픔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중에 나는 고독한 인간의 슬픔을 노래한 <독백>을 좋아한다.
독백 1절
어두운 거리를 나 홀로 걷다가 밤하늘 바라보았소
어제처럼 별이 하얗게 빛나고 달도 밝은데
오늘은 그 어느 누가 태어나고 어느 누가 잠들었소
거리의 나무를 바라보아도 아무 말도 하질 않네
독백 2절
어둠이 개이고 아침이 오면은 눈부신 햇살이 머리를 비추고
해밝은 웃음과 활기찬 걸음이 거리를 가득 메우리
하지만 밤이 다시 찾아오면 노을 속에 뿔뿔이 흩어지고
하릴없이 이리저리 헤매다 나 홀로 되어 남으리
나나 나나 나나 나나나 나나 나나나나
나나나 나나나나 나나나나
독백 3절
야윈 어깨너머로 무슨 소리 들려 돌아다보니 아무것 없고
차가운 바람만 얼굴을 부딪고 밤이슬 두 눈 젖시네
나 혼자 눈감는 건 두렵지 않으나 헤어짐이 헤어짐이 서러워
쓸쓸한 비라도 내리게 되면은 금방 울어 버리겠네
그로부터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그 시절 노랫말이 여전히 마음에 와 닿는 것을 보면,독백하는 인간의 고독한 마음은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하다.
산울림의 청춘과 독백이 유행할 무렵, 나는 대입 종합반 학원에서 재수를했다. 2월에 시작한 학원 생활은 11월에 대입학력고사를 치르고 끝났다. 근 1년을 꼬박 다녔던 학원을 떠나는 시원섭섭한 마음은 독백 4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