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느낌은 뜨거움이다. 화끈 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맞는 단어다. 그래서인지 열정이라는 말을 많이 하면서 산다. 열정을 핵심가치로 정하고 있는 기업도 많다. 자기소개서에도 자신의 열정을 소개하는 내용을 빠짐없이 포함한다. 열정을 제목으로 하는 대중가요도 다수다.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그런 사랑을 노래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열정이 식었을 때를 힘들어 한다. 가장 열정적이었을 때를 기억하며 무용담을 늘어 놓는다. 그렇게 우리 사회는 열정의 도가니라고 할 수 있다. 열정 페이도 그 안에 있는 모습일 것이다.
열정이 무엇일까? 불현듯 궁금함이 생겼고, 실체에 대한 의심이 일어났다. 열정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다. 무슨 일이든 열정을 가지고 해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직원을 뽑는 입장에서 보면 일에 열정이 있는 사람을 선발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열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실력이 뒷받침 돼야하고, 끈기 있게 일을 추진하여 마무리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열정은 있는데 실력이 없는 사람들은 열정으로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치거나 한계 상황을 만나면 갈 길을 잃는다. 뜨거웠던 열정은 차가운 좌절로 바뀌게 된다. 열정으로 벌려놓은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인생이 꼬일 수도 있다.
때때로 사림들은 열정적인 하루를 산다. 몸이 부셔지도록 일하기도 하고,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단 하루지만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다. 하지만 매일매일 그렇게 살수는 없다. 하루만 집중하면 되는 일이야 그렇게 하면 되겠지만, 대부분의 일들은 하루의 열정으로 결실을 맺을 수 없다. 오랜 기간 집중을 거듭해야 된다.
주변에는 순간 열정으로 하루에 너무 많은 일을 하고, 그 다음날 몸져눕는 모습도 있다. 그런 열정은 결국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고, 심하면 아프게 할 수도 있다. 지나친 흡연은 건강에 해롭지 만, 지나친 열정도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많은 사람에게 유익을 주고, 감동을 주는 세상의 결과물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지 않는다. 그것 들은 누군가의 끊임없는 노력과 개선을 무한 반복한 결과이다. 일과 삶에서 결과를 만드는 힘은 편안한 속도로 그러나 쉬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진행하여 일을 마무리 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열정의 본질이 아닐까?
음모론적으로 보면 영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에서 처럼 열정은 권력자가 갑질하는데 딱 적당한 말일 수 있다.
'열정을 가져라.'라고 말하지 말자.
'끝까지 잘 해보자.'라고 하면 충분하다.
'열정'이란 말을 미리 쓰지 말자.
'열정'은 일을 다 마치고 되돌아볼 때 써야 할 말이다.
"그땐 정말 열정의 도가니였어."
"당신의 열정적인 모습은 감동이었어."
그러면 뜨거웠던 시간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고, 다음을 위한 에너지로 축적된다.
사실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은 인간관계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열정적인 사람은 열정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