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이기는 체크리스트

체크리스트 이야기 29

by 홍길동


인간이 살면서 원하는 것 중 하나는 쉽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쉽게 풀고 싶어 하고, 복잡한 삶의 문제도 쉽게 해결하길 원한다. 사람들은 시간과 자원의 투입은 적게 하면서도 많은 산출이 나오기를 희망한다. '도둑놈 심보'라고 할 수 있지만, 인간의 욕심은 인류 발전의 견인차라고 할 수 있는 '생산성을 만들어 낸 힘'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발전적 욕심은 끊임없이 도구를 만들어 왔다. 인류의 역사는 도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나다의 미디어 학자 마샬 맥루한은 ‘우리는 도구로 만들고, 다시 도구는 우리를 만든다.’라고 했다. 석기시대에 시작한 인간의 도구는 과학적 지식이 적용되면서 기계로 진화하여 산업혁명을 일으켰고, 자동 계산 기계는 컴퓨터로 진화하여 정보혁명을 일으켰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지능이 있는 도구를 탄생시키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 인간의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에 대한 추구는 끝이 없어 보인다.


최근 인간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도구가 질적 변화를 시작했다. 인간의 의지로 사용해왔던 도구가 인간의 마음을 읽고, ‘이런 거 필요하지 않아?’ 하며 선제적으로 도움을 준다. 때때로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보다 더 잘 판단하기도 한다. 언뜻, ‘인간이 해결할 문제가 없어지는 것인가?’ 잠깐 의심이 들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가까운 미래에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인간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끝이 없다. 삼시 세 끼도 문제고 취업 준비도 문제다. 노트북 포맷도 문제고 사 가는 것도 문제다. 휴대폰 구매도 문제고 결혼식 준비도 문제다. 문제 해결은 태어나면서부터 죽는 날까지 감당해야 할 인간의 운명적 과제이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도구를 원하게 된다.


인간을 돕는 도구의 종류는 다양하다. 육체적 노동을 대신해주는 기계, 지식 활용을 도와주는 컴퓨터와 다양한 소프트웨어, 인간의 판단을 도와주는 AI까지 등장하였고, 이 모두가 스마트폰에 통합되면서 더 이상의 도구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실제적 삶에서 필요한 것은 개인의 삶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이다. 직 AI는 아니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비롯하여 AI 기술 기반 도구들은 사람들의 생활을 돕고 있지만, 개인의 삶을 맞춤형으로 돕는 도구로 기능하는 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이다.


머릿속에 온전히 담지 못했지만, 그것만 있으면 실행할 수 있고,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오히려 인간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체크리스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촌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체크리스트를 활용한 결과는 충분히 훌륭하다. 성공적인 수술, 만족스러운 협상. 효과적인 교육,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 준다.



기능이 많은 첨단 리모컨보다 몇 가지 핵심 기능만 있는 리모컨이 더 유용한 것처럼 실제 삶에 힘을 주는 것은 첨단 기술의 AI보다 체크리스트이다. 단순해 보이는 체크리스트 속에는 인간의 경험과 학습을 통해 축적된 문제 해결의 지혜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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