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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Nov 22. 2022

아내와 에니매이션

내 안에 아내 있다 11


모처럼 아내와 영화를 보기로 하고, 무작정 영화관에 갔다. ‘기생충’은 아내의 취향이 아니고, ‘알라딘’은 시간이 안 맞고, 우리는 이견 없이 ‘토이스토리 4’를 보기로 했다.     




아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대학생 시절에 인어공주(1989)를 보았는데, 환상적 영상미와 음악  스토리에 충격적인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후 아름다운 바닷속을 보기 위해 롯데월드 스킨스쿠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미녀와 야수(1991), 알라딘(1992), 라이온 킹(1994), 포카혼터스(1995), 토이스토리(1995), 노트르담의 꼽추(1996), 헤라클레스(1997), 뮬란(1998)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빠짐없이 보았고, 틈나는 대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인형도 사 모았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는 아이들과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며 그 흐름을 유지했다. 그간에 사 모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공주들은 지금까지 딸의 방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그 흐름중단됐다. 아이들은 자기 친구들과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더 커서는 남친과 여친과 영화를 보러 갔다. 나이 먹은 아줌마가 되어 혼자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러 갈 수도 없고, 친구에게 같이 보자고 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사정으로 아내에게 ‘토이스토리 4’를 보는 일은 경력단절 여성이 새롭게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감동과 같을 것이다. ‘토이스토리 2, 3’을 보지 못한 채로 4를 보게 되어, 장난감의 주인이 앤디에서 보니로 바뀐 사정을 알지 못했지만, 장난감들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는 여전히 흥미진진하고, 가슴 뭉클하기도 했다.


장난감으로서의 사명을 생각하고, 위험에 빠진 친구를 구하기 위해 용기를 내고,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듣는 이야기는 제법 나이를 먹은 어른에게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아내에게 물었다.

"장난감은 자기 주인을 외롭지 않게 해주는 사명을 다해야 할까, 아니면,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신의 길을 가야 할까?"


"주인을 즐겁게 해주는 사명을 다해야지?"

"그럼, 주인을 따라가지 않은 우디는 잘못 행동한 거네."


나의 쓸데없는 질문에 아내는 방향을 틀었다.

"여자 때문이야.“     



“집에 있었던 우디와 버디는 어디로 갔지?”

모처럼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즐긴 아내는 오래전  기억을 되살리며  천진 난만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다른 주인을 만나서 잘 살 고 있겠지.”

오늘은 아내가 많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한 날이다. 이제부터는 나랑 디즈니 애니메이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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