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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Nov 23. 2022

아내에게 편지를 쓰는 이유

내 안에 아내 있다 12


편지란 사람 편에 보내는 문서이다. 옛날에는 몇 날을 쓰고, 몇 날이 걸려 보내고, 또 몇 날을 기다려 받아야 했다. 지금이야 발송 버튼만 누르면, 즉시 전달되어 편지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세상 편하게 문자를 보내는 마음과 몇 날 동안 쓰고, 고치기를 반복해 쓰는 마음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편지를 쓴다는 것은 상대에게 집중한다는 것이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시인의 말처럼 편지 쓰기는 누군가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하는 시간이다. 평소 하지 못했던 말을 하는 시간이고, 오직 한 사람에게 말을 거는 시간이다.      



나는 아내에게 일 년에 두 번 그러니까  봄에 한번, 가을에 한번 편지를 쓴다. 봄(5월)에는 결혼기념일에 쓰고, 가을(11월)에는 아내의 생일에 쓴다. 연애하던 시절에는 시도 때도 없이 편지를 썼고, 결혼 이후에는 일 년에 두 번으로 정례화됐다. 아마 처음엔 부족한 선물을 편지로 채우는 전략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결코 생략해서는 안 되는 기본 사항이 됐다. 게다가 성의 없고, 감동 없는 내용으로 평가받으면 허사가 되고, 역풍이 분다.


D-day 한 달 전에 아내에게 편지 쓰기를 할 일 목록에 올린다. 그래도 바쁘다 보면 미루게 되고, 당일이 다가오면 마음이 쫓긴다. 결국 시간을 따로 내어 커피숍에 자리 잡고, 두 시간 정도 집중을 해 내용을 만든다. 그렇게 한숨 돌리고, 남은 시간에 틈틈이 내용을 다듬어 완성한다.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를 한적도 있지만, 아내를 위해 편지를 쓰는 것은 기쁜 일이고, 써 놓은 편지를 보며 기뻐할 수 있는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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