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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Dec 27. 2022

마음껏 트로트

내 안에 아내 있다 16


모처럼 아내가 해맑게 웃는다, 어깨까지 들썩인다. 내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한껏 머금는다. 나를 보고 반가워하는 것이 아니다. 트로트 방송 프로그램을 보며 격하게 즐거워하는 아내의 모습이다.



코로나 19를 빼고, 2020년 대한민국 핫이슈는 단연 트로트 열풍이다, 이 역시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TV를 즐겨야 하는 코로나 19의 영향이지만, 그것만으로 트로트 열풍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코로나 19는 방아쇠 역할이었고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무엇인가를 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트로트는 인간의 심성을  건드려 사람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준다. 굴곡 있는 인생을 노래하는 가사를 들으면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즐거운 리듬으로 만들어진 노래를 들을 때면 무대 앞으로 뛰어나가 막춤이라도 추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마음을 마음껏 표시하지 못했다. 트로트는 우리 사회에서 전통적인 것이고,  나이 든 사람들의 것이고, 약간은 뒤처진 문화로 인식되어 왔다. 반면에 젊은이의 문화는 현대적인 것이고, 세련된 것이고, 앞서 가는 사람들의 것처럼 여겨진다.     


TV를 켤 때마다 나오는 아이돌의 노래가 생기발랄하고 세련돼 보이지만 솔직히 어렵고 재미없다.  '그래도 세상이 바뀌었으니까, 할 수 없지 뭐. 내가 젊어서 즐겼던 노래를 들으면서 우리 부모님들도 그랬을 거야.' 스스로를 뒷방으로 밀어내는 자신을 만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패색이 짙었던 경기에 대타로 나선 미스터 트롯의 젊은이들이 역전 홈런을 치는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이제 트로트는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편하게 그러면서도 트렌디하게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됐다. 아메리카노도 좋지만 달달한 믹스커피도 좋다.     



아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덩달아 즐거워지고 함께 방송을 보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날렸다. 옆 사람과 눈을 맞추며 미소를 보내고 함께 어우러지게 하는 트로트는 우리 것이고,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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