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는 사람의 소박한 기대는 자리에 앉아 가는 것이다. 운이 좋아 자리를 차지하면 부러울 것이 없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고, 피곤하면 눈을 붙일 수도 있다. 짧게라도 잠들었다 깨면 머리가 맑아진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의자에 앉았을 때의 느낌과 집에서 의자에 앉아 있을 때의 느낌은 다르다. 집에서는 의자에 앉은 채로 잠을 잘 수 없다. 지하철의 자리보다 집에 있는 의자가 훨씬 좋아도 그렇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상태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지하철에서는 앉는 게 최상이고 집에서는 눕는 게 최상이다. 지하철에서는 앉아서 자는 것이 편한 일이고 서서 자는 것은 고역이다. 집에서는 누워 자는 것이 편한 일이고 앉아서 자는 것은 고통이다. 최상의 조건에 따라 느낌은 달라진다.
그런 원리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 많다. 대학에서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금지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용을 하는 이유가 설명된다. 누울 수 있는 데서 앉아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재미있는 콘텐츠가 가득한 스마튼폰이 바로 옆에 있는데 재미없는 수업을 듣는 것은 고통일 것이다. 맘먹고 체중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를 결심했지만 계속 음식을 먹는 이유도 설명된다. 냉장고만 열면 먹을 음식이 가득한데 눈앞에 있는 음식을 먹지 않고 참는 것은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인간의 느낌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없으면 생각이 안 나고, 눈에 보이면 마음이 움직인다. 영어 표현 'Out of sight, out of mind(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와 같은 의미다.
그러므로 굳은 의지를 행동으로 바꾸는 방법은 자신의 느낌을 관리하는 것일 수 있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바꾸면 상황이 달라지고 느낌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집에서 작업을 할 때 집중이 안 되고 누워있고 싶을 때는 커피숍이나 도서관으로 이동하면 느낌이 달라진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게 되고 누워 잘 생각은 없어진다. 온전히 수업에 집중하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스마트폰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두어야 한다. 스마튼폰이 안 보이면 수업 내용이 보이고 머리에 들어온다. 간절한 마음으로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면 집에 음식이 없애야 한다. 음식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먹고 싶다는 생각도 사라진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잠자리에 들 때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잠을 제대로 못 잘 때가 많다. 그래서 고민 끝에 두 가지 행동 원칙을 정했다. 첫째, 잠자리에 들 때 스마트폰을 다른 방에 두거나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곳에 둔다. 알람이 필요하면 별도의 알람 시계를 준비한다. 둘째, 자다가 깨는 경우에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는다. 솔직히 스스로 정한 원칙을 지키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도 실천과 포기를 반복하다 보면 시간은 걸리지만 변화가 생긴다. 오래전 25년 넘게 펴온 담배를 끊을 때도 실천과 포기를 반복하면서 결과를 만들었다. 지어먹은 마음이 삼일도 못 간다는 뜻의 '작심삼일'을 계속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자기 변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상되는 상황에서 할 일을 미리 정하고 그 내용을 글로 써서 눈에 보이는 곳에 붙여 놓으면 크게 도움이 된다. '환경을 바꿔라'처럼 눈에 보이는 구호성 글은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하는 '넛지(Nudge)'가 되어 나도 모르게 자극을 주는 환경이 되고 행동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누구나 마음은 있지만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몰라서 못하는 것과 알면서 안 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알고 있는 것은 변화 이야기의 시작이다.
※ PS. 글의 구조는 다양하다. 이 글의 구조는 현상(눈에 보이는 세상 모습), 원인(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와 원리), 해결책(원리의 적용을 통한 문제 해결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