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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Aug 30. 2018

이맘때 만나는 행복

세월이 분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다고 배웠다. 그땐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은 분명 아니다. 일찌감치 시작한 여름은 유난히 덥고 길었다. 100년 전에 시작한 기상 관측 이후에 최고로 더웠다고 한다. 살아있는 모든 사람에게 생애 가장 뜨거운 여름이 됐다. 도무지 끝이 안 보이고, 가을이 오지 않을 것 같은 기세였다. 그랬는데, 여름의 종말이 시작됐다. 새벽에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고, 찬바람이 창문을 넘어 들어온다.


나에게는 매년 이맘때 만나는 행복이 있다. 여름 생활의 관성으로 방 창문을 열고, 얇은 이불을 구석에 밀어 놓은 채로 잠이 든다. 동이 트는 새벽 녁이 되면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불어 순간 오싹해진다. 그럼 발 밑에 내팽개쳐져 있던 이불을 잡아당겨 끌어올린다. 순간 따듯한 느낌에 행복하다. 거기에 잠을 연장하는 행복까지 더해지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이런 느낌이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난 그걸 기다리고, 그 순간을 의식하며, 즐기고 있을 뿐이다. 여름이 너무 길어서였는지 올해는 고맙기까지 하다.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발 밑에 쯤 있다. 그래서 손을 뻗어 잡아당기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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