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길동 Oct 31. 2019

11월의 반전

세월이 분다


11월이 되면 낙엽 뒹구는 황량한 거리를 팔짱 끼고 총총걸음으로 걷는다. 11월이 되면 공휴일이 하루도 없는 달력을 보며 뒷장을 넘겨본다. 11월이 되면 잠자던 겨울옷이 불펜 투수처럼 등판을 준비한다. 11월은 그림 하나 없는 책처럼 지루하다.


11월을 뜻하는 November는 'nine'을 의미하는 라틴어 ‘novem’에서 유래했다. 그레고리력은 1년을 열두 달로 나누지만, 로마인이 최초로 정리한 달력은 열 달로 되어있고, 그중에 아홉 번째 달을 ‘November’라고 했다.


11월의 절기는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11월 7일 또는 8일)이 있고, 첫눈이 온다는 소설(11월 22일 또는 23일) 있다. 11월은 겨울 왕국으로 출발하는 열차다.


11월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 있다. 예비고사와 본고사를 거쳐 대학에 가는 입시제도를 없애고, 1982학년도부터 시작된 학력고사와 1994학년도부터 시작된 수능시험은 모두 11월에 치러졌다. 수능시험을 2회(8월 11월) 실시한 1993년을 제외하면 예외가 없었다. 수능시험이 있는 11월은 춥고, 무겁고, 비장하다.


11월에 낭만이 있다면 11일 빼빼로데이다. 연인 사이에 사랑을 표현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평소 고마움을 전하는 날이다. 기업의 상술로 시작된 날이지만 11월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하루가 된다.




11월은 재미없이 지루하고, 날씨까지 건조하여 말 그대로 무미건조한 달이다. 그렇다고 ‘이 또한 지나가리다.’라는 심정으로 흘러가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야구경기에서 마무리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듯, 한해의 성패는 11월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야구팀의 8번 타자가 진루를 하면 희망이 커지듯, 11월을 잘 보내면 한해를 잘 마무리할 수 있고, 내년에 대한 희망도 커진다.


패색이 짙던 야구경기에서 8회부터 역전의 흐름이 시작되면 최고의 드라마가 되듯, 11월에는 반전의 기회가 숨어있다. 11월은 그동안 미루었던 목표에 다시 도전해 보기에 딱 좋은 달이다. 번번이 실패했던 다이어트도 좋고, 미루었던 책 읽기도 좋다. 자격증 따는 것에 집중하기도 좋고, 여행 자금 모으기도 좋다. 11월은 중요한 목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기회의 달’이다.



대한민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 선수의 등 번호 11번을 달고 11월을 시작해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만 사는 인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