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지는 화살

녹아내리는 중

by 오은영


휘어지는 화살

화살은 나아갈 마음이 없어
그대로 구부러져 녹고 있는 거야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화살에게
웅덩이가 물어봐

왜 날아가지 않니?

화살은 녹는 게 좋아
이젠 그만 날고 싶은걸


이 시는 목표를 향해 날아가지 않는 태도에 대한 질문하는 장면을 담은 작품입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요?

“휘어지는 화살”

이미 화살은 휘어져 있습니다. 날아가야 할 활의 방향성이 사라져 있습니다. 이는 보통의 평범한 사고에서 벗어남을 의미하지요.

“화살은 나아갈 마음이 없어”

화살은 날아갈 능력은 충분해 보입니다. 하지만 날아갈 의지가 사라졌을 뿐, 화살은 여전히 화살인 채로 이곳에 있습니다.

“그대로 구부러져 녹고 있는 거야”

직선으로 강하게 날아가는 활의 이미지와 대조적으로 휘어지고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저항하거나 버티지 않고, 스스로 긴장을 풀어내리는 모습입니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화살에게 웅덩이가 물어봐
왜 날아가지 않니?”

움직일 수 있지만 멈춘 굽어진 활 아래, 움직일 수 없고 수없이 고여진 웅덩이가 질문을 던집니다. 왜, 날아가지 않느냐고.

“화살은 녹는 게 좋아
이젠 그만 날고 싶은걸”

웅덩이의 질문에, 화살의 대답은 단순하고 단정합니다. 녹는 것이 좋다고, 화살의 멈춤은 실패가 아님을 보이는 구절입니다. 즉, 화살은 녹기로 선택했지요.

이 시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옳다고 여겨지는 대부분의 사고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선택한 사고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더 이상 날지 않겠다고 말하며, 선택에 이유를 길게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그 침착한 태도로, 이미 많은 것이 설명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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