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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온 Aug 09. 2022

전세살이 살아남기 - 전개



갱신청구권을 쓸테니 5% 증액을 합시다. 


그날부터 집주인과 집주인의 아버지의 연락이 시작되었다. 

‘우리 애가 이번에 건물을 사면서 빚을 많이 져서’ 에서, ‘사정이 어려워서’ 라는 말을 투룸 다섯채가 오손도손 있는 서울의 빌라주택 건물을 통째로 매입한 사람에게 들을 때의 심정이란. 못해도 20억은 나갔을텐데. 그리고 너희 애, 등기부등본 떼보니까 서른이 넘었더라.  


‘저기요, 돈은 없어도 제가 더 없고 사정이 나빠도 제가 더 나쁠거거든요? 까놓고 말해서 진짜 무주택자라서 전세자금 대출 80% 받고 이 집에 사는 저랑, 그 건물 매매한 당신 아들 중에 누가 더 돈이 없을까요?’ 라는 말이 목구멍을 치고 올라왔지만 십년차 직장인. 어떤 말을 증거로 남겨야할지는 알고 있었다. 



내가 계속 갱신청구권을 쓰겠다는 대답을 반복하자, 그들은 추가 월세를 주지 않으면 실거주를 하겠다는 다른 안을 들고 나왔다. 근거는 지금 아들인 집주인이 월세를 내며 살고 있으니 그 월세를 조금이라도 보전해달라! 

나는 이때 변호사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SOS를 쳤다. 법 구문을 아무리 읽어봐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생긴 법으로 법의 한도를 넘는 증액 요구가 거절 당했을 때 실거주를 주장해서 임차인이 쫓겨나도록 만들어진 것 같진 않았고, 나는 해당 내용을 전문가에게 확인 받고 싶었다. 


정확한 판례가 없어 100% 맞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소송에 가도 내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과정은 굉장히 고통스러울 것이다. 가 친구의 대답이었다.



나는 이미 고통받고 있었다. 한달이 넘게 잠을 제대로 못 잤고 전화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주변에서도 적당히 월세를 조금 주는 것으로 해결하면 어떻겠냐, 아니면 이사를 가는 게 어떻냐고 했다. 집주인은 나를 얼마든지 곤란하게 할 수 있는 ‘갑’이니까. 

그러나 내가 거절했다. 솔직히 그쯤되니 오기가 생겼다. 이 사람이 뭔데 아버지를 동원해가며 나를 괴롭히나. 나도 아빠 있다. 하지만 서른이 넘은 어른이 아빠를 등에 업는 건 좀 치사하지 않나. 나는 같은 치가 되지 않으리. 그리고 끝까지 간다. 

라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을 무렵, 나는 난생처음 내용증명이란 걸 받게 된다.



집주인의 내용증명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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