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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온 Aug 23. 2023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지는 않았다.





어릴때 시골 외할머니 댁에서 놀던 기억이 있다. 언제나 반질반질했던 마루. 옛날 식 부엌에서 자리조림을 먹곤했다. 이모네 집이 지척에 있어도, 같이 살지 않는다. 할머니는 혼자서 그 집을 갈고 닦았다. 추석때는 고모할머니네 집에 꼭 갔다. 그 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할머니가 직접 따온 소라로 만든 젓갈을 먹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여든의 나이지만, 건너편에 아들집이 있지만 혼자 살며 자신의 인생을 꾸려나간다. 제주도의 여자들은 오래 일한다. 언제까지나 자신의 삶을 산다. 자신의 손으로 움켜쥔 삶. 나는 그런 삶들을 보며 살았다.


회사를 관두고 외국으로 잠깐 공부하러 가겠다고 했을 때, 아빤 '얘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하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에 기가 막힘이 없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아빠는 반대의 말을 입에 담지 않으셨다. 그리고 돌아가는 딸을 공항으로 데려다주시는 차안에서 아빠는 본인이 준비하고 있는 삶에 대해 말씀하셨다. 30년을 일하시고도 또 그 다음의 일을 준비하는 아빠. 출장 오신 아빠와 식사하고 헤어지는 길, '도전하며 살아야지' 하셨다.


용기있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지만, 사실은 겁이 나서 하는 선택이었다. 그 삶을 일년 후에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히고 무서웠다. 지옥같은 것은 아니었다. 하루하루는 즐거웠고, 하루하루 뭐 했는지 모르게 바쁘게 살고 있고, 우울하고 기분 나쁠때도 있지만 주로 많이 웃으며 지냈다. 그러나 그 것으로는 부족했다. 꿈꾸는 삶. 나는 불확실성을 사랑한다. 운명을 믿는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학교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까지 단계를 잘 밟았으니, 이대로 누군가를 만나 결혼하고 애 낳기만 하면 되는, 그 삶은 나의 것이 아닌 것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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