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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온 Oct 24. 2021

내가 산에 간 이유

 나는 사람들이 산에 왜 가는지 몰랐다. 


 이년전에는 종종 등산을 갔다. 은평 한옥 마을과 진관사를 구경갔던 날은 날씨가 좋았다. 우리는 산책로를 따라 좀 걷기로 했는데 그 길이 알고 봤더니 북한산 등산로였다. 준비되지 않은 채로 북한산의 돌길을 만났다. 나는 늘어나지 않는 빠빳한 청바지를 입고 있어 다리를 한껏 벌려 돌을 올라서는 것이 무서워 한참을 등산로를 가로 막으며 앉아있었다. 사실 청바지는 핑계였고 그냥 무서웠다. 나 때문에 돌아가던 등산 스틱을 지닌 할아버지 중 한명이 말했다. 어쨌든 가긴 가야해. 거기 평생 있을거 아니잖나. 맞는 말이라서 나도 갔다. 올라온게 아까워 돌아가는 길 대신 올라가는 길로 갔다. 이게 성인이 된 후 첫 등산이었다.

 

 그 다음주에는 관악산에 갔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산이었다. 산책하듯 가는 길이 있다고 했는데 길을 잘 못 들었는지 또 큼직큼직한 돌을 기어갔다. 미끄러지면 그대로 황천길로 직행할 것 같았다. 뉴스에서 관악산에서 추락한 얘기를 본 것도 같았다. 나는 등산복을 살 시간이 없었고 내가 또 등산을 할 줄 몰랐기에 적당항 바지가 없어 또 그 뻣뻣한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다리가 잘 벌어지지 않았다. 정상에 다다랐더니  아이스박스에 담아온 아이스크림을 파는 사람이 있었다. 


 도봉산에도 갔다. 단풍이 멋지다고 했다. 우리보다 늦게 와서 우리를 스쳐 올라가던 아저씨가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했다. 그 말이 맞았다. 그 때 본 그 단풍이 평생 본 단풍 중 가장 멋졌다. 특히 망월사는 금강산 엽서에나 나올 것 같은 풍경이었다.


 나는 여전히 사람들이 왜 산에 가는지 모른다. 나는 어쨌거나 정상에 다다른다는 것이 좋아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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