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 민달팽이 이야
김 팀장 집 근처의 대학병원 초진을 신청하고 2개월이 지나, 초진날이 되었다.
같이 가준다는걸 한사코 거부한 김 팀장은, 진료 후에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괜찮대. 간경화 증상이라네? 며칠 입원해서 치료받고 퇴원하면 된다니까 회사 잘 지키고 있어~"
생각보다 큰 병이 아니라니,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김 팀장은 두어번 더 입원을 하게 됐다. 간 치료가 필요했다고 했다.
치료를 받고 회사에 복귀할 때마다, 김 팀장의 얼굴은 수척해보였다.
그래도 여전히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고, 목소리가 씩씩했다.
팀장님의 에너지가 어디가냐며, 주변 사람들도 김팀장에게 격려의 이야기를 한 마디씩 건네곤 했다.
하지만 이 대리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점점 김 팀장의 배가 부풀어오르는 것 같았고,
그건 아빠가 간이 나빠질 때 생기던 현상과 비슷한것 같았다.
다르겠지, 다를거야. 그건 아닐거야. 내가 너무 호스피스 병원에 오래있었어서 그래, 라고 되뇌이며, 이 대리는 불안한 마음을 감췄다.
이 대리의 불안한 마음을 없어지게 할만한 쇼킹한 사건이 터진 것도 그 즈음이었다.
정부에서는 일자리를 강화한다는 이유로, 방학 시즌에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학생 인턴'을 채용해서 일하도록 지침이 내려오곤 했다.
이 대리의 부서에서도 인턴을 채용해서 일했다.
이번 인턴은 일처리도 빠르고, 입도 무거운 친구였다.
말 많은 회사에서 묵묵히 자기일을 잘 해내고, 또 빠르게 배우고 업무를 지원해주는 후배가 생겼다는 게 내심 든든했다.
'이런 친구가 후배로 들어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여러번 하게 되었다.
몇 번 점심을 같이 먹을 때에도 이야기를 나눌 때면, 꼼꼼한 성격과 차분한 태도가 돋보인다고 생각했다.
책상도 늘 깨끗한걸 보면, 저 친구는 이 회사에서 인턴을 마치고 나면 더 좋은 회사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김 팀장이 병원에 입원하면서 부재였던 시기에 갑자기 경찰이 회사로 들이닥치는 일이 생겼다.
회사에 경찰이라니, 뉴스에서만 보던 압수수색 같은 일들이 펼쳐지는거냐며 사람들은 수근거렸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인턴'이 경찰 소환에 불응하여 직접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대체 무슨 일인건지...확인해보니 사정은 이랬다.
인턴 직원은 여러번 악플러로 고소당한 이력이 있다고 했다.
유명 연예인, 스포츠 선수를 대상으로 한 기사에 여러개의 악플을 달았고, 고소장이 다섯 건 정도 접수되어 소환 요구를 받았다고 했다.
이미 입사 전부터 소환요구가 있었을 때 불응했고, 회사에 입사한 후에는 조사를 받으러 가려면 휴가를 내야하는데 인턴이다보니 휴가가 없어 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경찰이 직접 찾아온 건이라고 했다.
더 충격인건, 인턴 직원은 재직중에도 꾸준히 악플을 달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고소장은 눈더미처럼 늘어, 그 사이에 여덟건이 되었다고 했다.
놀라운건 그 인턴의 태도였다. '깨끗해보이지 않아서', '사생활이 더러워보여서' 글을 달았을 뿐, 자기는 죄가 없다고 했다.
무언가 스스로 찔리는게 있으니 고소를 했을거라며, 죄는 자신이 아니라 저 사람들에게 있는거라고 했다.
이 대리는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본인이 봤던 '좋은 태도'는 사실 결벽증으로 인한 것이었고, 또 '입이 무겁다'라고 생각했던건 뒤에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욕을 인터넷상에 쏟아냈기 때문이었다는걸 알게되었기 때문이었다.
뉴스에서 본 악플러들은 뭔가 오타쿠같은 구석이 있는 사람들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멀쩡한, 심지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한, 같이 밥을 먹고 일했던 후배가 악플러라니.
또, 대부분 악플러들은 고소를 당하면 '반성'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 친구는 반성은 커녕 본인은 죄가 없다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것인지...
이쯤되면 이 대리는 세상이 나에게 도전적인 사람들을 들이밀어서 실험하는게 아닌지를 의심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우리 회사가 진짜 사회의 축소판이라 각종 빌런들을 게임 챌린지처럼 하나씩 해결해나가는걸 미션으로 삼고 있는건 아닌지 싶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