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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킵고잉 May 09. 2023

[밴쿠버] 한달살기 3 - 테니스수업

다이나믹 라이프

아침에 부엌에 내려갔다가, 옆방에 묵는 Judy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상하이에서 온 지적이고 아름다운 (약간 일본 모델같은 느낌) Judy는 두 아이의 엄마로 이전에 Nokia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해서 말이 잘 통했습니다. 이전에 삼성에서 일할 때 'Beat Nokia'를 외친 적이 있다고 하니까, Judy는 "Yes, we were beaten, haha" 이라고 하더군요.


인생 2모작에 대한 고민은 전세계 직장인들 공통의 화두인가요. 44살의 Judy가 하는 말은, 제가 평소에 친구들과 하는 얘기와 완전히 똑같았습니다. 노키아에서 Training을 담당하던 쥬디는, 어느날 돈을 위해서만 일하는 것이 의미없다고 생각했고, 또 이렇게 평생 벌지도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Parenting 상담 전문가가 되어 10년전 노키아를 퇴직하고 개인 상담일을 시작했고, 결국 회사에서 벌던 것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리게 되었다는 이야긴데요,


더 나아가서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상하이를 떠나 밴쿠버의 Job에 어플라이했다고 합니다. 이번 회사는 네임밸류보다는, 워킹퍼밋을 받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솔직하게 말해줍니다. 도전적이네요. 그렇게 비상연락망 이후 밴쿠버에서 두번째로 연락처를 알게된 사람이 생겼습니다.


오후에는 커뮤니티센터의 테니스 레슨을 갔습니다.


나의 밴쿠버 라켓, 요넥스
몇명이 모여있군요.
여기서 넘어지면 무릎이 아작날 듯... 시멘트 바닥이라니.


그런데 이게 좀... ㅋㅋㅋㅋㅋ

저는 외국인들은 모두 테니스를 엄청 잘 치는 줄 알고, 2번째로 쉬운 단계 (Beginner Plus) 단계로 신청했거든요. 왜냐, 테니스를 3년을 했는데도 아직 랠리를 못하는 테니스 지진아가 바로 접니다... 랠리를 잘 못하는 사람은 Beginner Plus 레벨이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에그머니나.... !!


왜 공을 가지고 탕탕 위로 아래로 튀기면서 놀기를 시키나요? 물론 첫 시간이라서 그랬겠지만, 저는 제가 수업 잘못 찾아왔는 줄 알았어요. 뭔 아기들 탱탱볼 가지고 장난치는 느낌의 수업이었어요.


웃긴 건, 아기들 공 튀기는 수준의 테니스조차 제가 잘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지만요. (공이 자꾸 이상한 곳으로 감..) 음, 수준에 맞게 수업 등록한 것 맞나요?


아참.

상하이 Judy는 체크아웃을 했고, 저도 이제 제법 자연스럽게 Mike의 집에서 행동하고 있어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자연스러운 척~~. 저녁에 작은 거실에서 Mike가 TV를 보는 동안 저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며 옆의 큰 테이블에서 노트북을 하고 있었는데요.


요즘 꽂힌 애플 브리치즈 샌드위치~


조금 있다 보니까, TV에서 무슨 신음.. 같은 괴상한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TV를 보니, 아 글쎄... 웬 남자가 살인을 저지르는 공포물을 보고 있더군요.


얘..... 마이크...

하필 축축~ 하게 비오는 밤, 손님 앞에서 굳이 그런 무서운 걸 봐야겠니....?

나, 지금 많이 무섭쟈나.....


안되겠다, 얼른 자리를 피하자, 하고 노트북에 컵에 바리바리 싸들고 컴컴한 2층의 방으로 올라가다가 그만....계단 제일 꼭대기에서 콰당!!!! 넘어졌습니다. 진짜 밴쿠버에서 죽을 뻔 했습니다. 허허....


밤에 불을 켜두면, 어느샌가 Mike가 꺼두길래, 전기세를 아끼려는 주인의 노력에 동참해야겠다 싶어서 불 안켜고 깜깜한 데 올라가다가 이 사단이 났습니다.


문제의 그 계단


우당탕탕!!! 꺄악!

소리를 질렀더니 공포물 보고 있던 Mike가 어둠 속에넘어져있는 저에게 달려옵니다.


'아니야, 이게 아니야~~!!'


다행히 Mike는 얼음주머니를 가져다주고 뒷정리를 해주었어요. 전 상처난 다리를 보여줄까 하다가, 괜히 쓸데없이 마이크를 도발할까봐 (읭?) 괜찮다며 방으로 들어갔고요. 다리가 엄청나게 부었고 피가 좀 맺혔습니다. 덕분에 캐나다에서는 후시딘 대신 '폴리스포린' 이란 걸 바른다는 걸 알았네요.


좀 있다가 보니 밤 11시에 또 웬 남자 한명이 방문을 해서 Mike랑 떠들고 있더라고요?

아주 보자보자 하니까 보자기로 보이나.... 너 때문에 나의 고운 다리에 스크레치가 났다!!!

(사실 Mike는 딱히 잘못한 게 없긴 합니다...)


담부터는 무조건 불켜고 다녀야지.

내가 내는 전기세도 아닌데 괜히 아꼈어.

밤에 불켜지 않으려면 언제 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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