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서쪽, UBC에서
굿모닝~
2주차에 접어들어서 약간은 현지화된(?) 쌔럼입니다. 슬슬 벤쿠버 생활도 루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콘도에는 부엌이 있잖아요. 게다가 이곳은 어찌나 부엌이 넓고 쾌적한지, 우리집보다 요리하기가 더 좋더라구요.
Mike네 집에서는 은근히 눈치보여서 뭐 지지고 볶고 하기가 어려웠으니까요. 하지만 이곳은 나만의 공간~. 게다가 숙박비를 많이 썼으니, 밥을 해먹어서 식비를 아끼고 엥겔계수를 줄여봅시다.
마트에 가서 엄청난 결정장애에 시달리디가, 한두개씩만 담습니다. 피망 한 개, 사과 2개, 토마도 3개. 그리고 과일이랑 조그만 쌀, 쏘세지. 주섬주섬...
그 다음엔 그냥 썰어넣어서 들입다 볶습니다. 그리고 마무리로 뭔가를 투입하면 끗~!
볶아진 야채에다가
(1) 스파게티 소스 + 면을 넣으면 --> 파스타 완성~!
(2) 커리 소스 + 밥을 넣으면 --> 카레덮밥 완성~!
(3) 소금만 뿌리고 + 밥을 넣으면 --> 볶음밥 완성~!
밥을 해먹고 설거지를 한 후, 좋아하는 도서관으로 나갑니다. 일단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림도 그리고, 하고싶은 것을 맘껏 합니다. 주로 쓸데없는 웹서핑을 질릴 때까지 합니다. 밴쿠버 다이어리도 쓰고요.
요즘 날씨가 아주 더운데, 이게 또 그늘이랑 건물에 들어가면 춥습니다. 추우면 잠이 오고.... 그렇게 워밍업으로 시작해, 잠으로 끝나는 것은 한국에서와 다를 바가 없지만, 잠만 자지 않고 나온 것에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아, 그리고 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테니스를 일주일에 2번, 그리고 러닝을 1-2번 정도 시작했어요.
운동을 하니 땀에 축축해진 옷들, 빨래도 한 번 돌려주고요. 이렇게 문을 열면, 세탁기와 건조기가 문 속에 앙증맞게 숨어있네요?
단순한 시간이 가고 있습니다.
외롭진 않냐고요?
여행을 다닐 때면, 이상하게 덜 외로운 것 같아요. 가족도, 친구도 없는 이곳에서는 외로움이 디폴트다 보니 마음 준비를 단단히 해서일지,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낄 백그라운드의 타인들이 없어서일지. 밝게 빛나는 햇볕과 나무, 맑은 공기가 외로울 틈을 주지 않는 것인지...
그냥 잘 먹고, 잘 자고, 1일 1쾌변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더러워서 죄송. 하지만 너무 인상적인 변화라 ㅠ 저는 평생 큰 볼 일은 일주일에 1회 하는 게 정상인 줄 알고 살아왔습니다...)
매일이 딱히 흥미진진하진 않은데, 내일이 걱정되지 않는 시간이네요. 회사에서 보기싫은 사람을 보지 않는 자유, 그 해방감이 일단은 너무 크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곳에서 좋은 숙소가 여행의 만족도에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한 나머지, 저는 이후 여기보다 더 비싼 숙소로 옮기는 탕진질을 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역시나 인생은 예상대로 되지 않고... 허허.
이상, 밥 해먹고 사는 오늘의 밴쿠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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